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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변덕
미국의 변덕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19.05.3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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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로서, 그것도 실질적인 동기도 없이, 오랜 기간 협상해온 군비축소 국제조약(중거리핵전력조약, INF: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한 핵탄두 장착용의 중거리와 단거리미사일 폐기에 관한 조약-역주)을 탈퇴하고도, 다른 서명국을 침략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변덕스럽고 호전적인 자신의 입장에 무조건 맞추라고,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제재를 받게 될 거라고 강요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그런데 그 주체가 미국이라면, 대답은 ‘예스’다.

요컨대 우리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걸 정당화한답시고 내세운 명분들을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사관과 정보기관에 지령을 내렸을 것이다. “전쟁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내라.”

볼턴에겐 경험도, 아이디어도 있다. 2015년 3월, 이란침공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의 위세가 한풀 꺾인 상태에서도 <뉴욕타임스>에 ‘이란 폭탄을 멈추려면 이란을 폭격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목표는 이란의 정권교체다. (…) 미국이 이란 정권에 대한 파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겠지만, 이스라엘 혼자서도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1)

그로부터 3개월 후, 이란은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과 핵 협정을 체결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협정을 성실하게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볼턴은 완고했다. 2018년, 이스라엘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을 능가하는 호전적인 자세로, 그 어느 때보다도 열렬하게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미국의 공식정책은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40주년 이전에 끝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외교관들이 444일간 인질로 억류됐던 수치심을 씻어낼 수 있다(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왕정에서 반미 신정일치 정권으로 통치 체제가 급변했고, 그해 11월 미국에 반감이 있는 이란 대학생들이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을 점거해 444일간 미국 대사관 직원들 인질로 억류했다-역주). 이란에 미국 대사관을 새로이 개관할 때, 당시 억류됐던 인질들이 테이프를 커팅하게 될 것이다.”(2)

현 미국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때 이란의 정권교체에는 반대했었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반대했다는 말이다. 고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제 손으로 뽑은, 미쳐 날뛰는 보좌관을 제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니, 평화는 여전히 위태롭다.

미국은 자금줄을 막고 서구 대기업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해 이란의 경제적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제재를 가해 이란을 항복시키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볼턴과 폼페이오는 북한과 쿠바에 이와 똑같은 경제전쟁 전략을 썼다가 실패했던 전례를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란이 ‘미국의 반격을 부르는 공격을 했다’고 당당하게 몰아갈 만한 반응을 보이길 기다리고 있다. 세뇌, 왜곡, 조작, 선동을 일삼는 신보수주의자들이 이라크, 리비아, 예맨 다음의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냈다.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

 

(1) John Bolton, ‘To stop Iran’s bomb, bomb Iran’, <The New York Times>, 2015년 3월 26일.
(2) John Bolton, ‘Beyond the Iran nuclear deal’, <The Wall Street Journal>, 뉴욕, 2018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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