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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사이언스픽션 대중서사(4)-미래의 냄새, SF가 선도하는 감각의 변화
[기획연재] 사이언스픽션 대중서사(4)-미래의 냄새, SF가 선도하는 감각의 변화
  • 김성연 l 연세대 연구교수
  • 승인 2019.08.30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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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네트가 별을 뒤덮고, 전자와 빛이 우주를 떠도는” 우리 시대의 사이언스 픽션은 일상화된 과학기술의 마법을 향유하고, 가상 공간과 포스트 휴먼과 더불어 살아가는 진화 너머의 인류를 꿈꾸는 오래된 미래의 멋진 로맨스다.

사이언스픽션 대중서사 연재순서

(1) 이지용 데이터화된 몸(신체)과 SF, 포스트휴먼
(2) 최애순 왜 다시 카렐 차페크인가?
(3) 최배은 한국 어린이 SF의 이면 - 우주 시대의 디스토피아
(4) 김성연 미래의 냄새, SF가 선도하는 감각의 변화
(5) 오윤호 인공지능과 젠더하기
(6) 노대원 SF의 미래 인간은 상처 입지 않는 신이 될까?

 

SF의 상상력은 기술의 발전을 자극해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때로는 툭 던져진 상상력이 호기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이후에 그것은 하나의 개연성 있는 미래가 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SF가 그려준 새로운 감각은 첨단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결합해 새로운 전망을 제공해준다. 이 글은 미래사회를 그린 문학작품들이 어떻게 후각을 다루고 있는지 주목한다. 60~80년 전 작품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The Brave New World)』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은 오늘날에도 재독할 가치가 있다. 

 

1.  올더스 헉슬리의 방향 오르간(Scent-organ)

1932년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방향 오르간’이라는 흥미로운 악기를 기록했다. 2540년 존재할 이 악기는 소리가 아닌 향기를 연주하는 악기다. 

방향 오르간이 참신하고 유쾌한 식물성 카프리치오를 연주하고 있었다. 백리향과 라벤더, 로즈마리, 바질, 도금향, 더위지기 등의 잔 물결치는 급속연주가 화음을 이루고, 대담한 조바꿈이 연속되면서 용연향으로 변주된다. 또한 백단, 장뇌, 삼나무, 새로 만든 건초(이따금 섬세한 불협화음이 끼어드는데, 신장 푸딩의 냄새가 풍겼다가 돼지똥 냄새로 희미하게 끼어들었다) 등의 냄새를 거쳐 가면서 다시 서서히 처음의 단순한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백리향기를 뿜어내는 마지막 소절이 끝났다. 그러자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1) 

 

방향 오르간
방향 오르간 연주 상상도

알함브라 극장을 찾은 6,000명의 관객들은 푹신한 의자에 앉아 향기를 맡으며 음악을 즐긴다. 후각과 청각의 쾌락을 만끽한 관객들에게는 이어서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키는 촉감영화, 합성대화, 초육성 음악 등이 제공된다. 관객들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오감만족예술을 즐긴다. 인공의 감각이 문명의 감각이며, 그것은 실감의 차원을 넘어서서 과학이론과 전위의 차원으로까지 향유된다.  

소위 야만인 구역과 문명인 구역으로 구분되는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의 생리적 냄새는 야만인 구역에서나 나는 구역질 나는 것으로 치부된다. 노화와 질병, 감정마저 컨트롤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문명인 구역에서는 인간의 살, 땀, 침 냄새는 모두 제거해야 할 악취이며 문명 전 단계의 시공간을 지시한다. 자연 임신과 출산이 아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과 양육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인 신세계에서 가족 단위의 주생활 형태는 축사처럼 역겨운 것으로 교육된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개념은 똥 냄새가 나는 더러운 것, 우스운 것에 불과하다.  

멋진 신세계에서 후각이라는 감각은 인공적으로 컨트롤될 때에만 미적으로 아름답다. 향기는 향수기계나 방향 오르간처럼 섬세한 예술로 정제되고 개발되며, 기억을 컨트롤하는 장치로도 활용됐다. 야만인 구역에서 살며 평생 문명인 구역을 동경한 어머니 린다는, 정작 그 멋진 신세계로 간 이후에는 늙고 병든 몸과 비문명적인 습성으로 차별을 받으며 병실에 눕게 된다. 그곳에서는 15분마다 침대 위로 환자의 필요에 따라 버베나향, 박하향 등이 분사되고 향기 나는 텔레비전이 제공해주는 감각과 기억을 가지고 살게 된다. 

슈퍼 음성전자 오르간이 흐느끼며 크레센도로 치솟았다. 그러자 갑자기 방향 회전장치에서는 버베나향이 그치고 강렬한 박하향이 뿜어 나왔다. 린다는 몸을 비척거리며 눈을 뜨더니 잠시 동안 멍하게 준결승전 실황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들고 새로운 향수로 대체된 공기를 한두 번 맡고는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황홀한 경지에 있는 어린아이의 미소였다.(2)

주인공 야만인은 자신의 어머니 린다가 기획된 감각이 제공하는 쾌락의 꿈에 빠져서 현재를 잊고 자녀인 자신마저 망각하는 모습을 보며 절규한다. 그와 그녀에겐 고통스럽고 비참한 추억이지만 과거의 기억을 부활시켜 자신과의 관계도 상기시키기 위해 애썼던 야만인은 시각, 청각, 후각으로 린다의 말초신경을 컨트롤 해오는 기기의 흡입력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고 만다. 

『멋진 신세계』의 방향 오르간이나 향기분사 조절장치는 이후 다른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도 나타났고, 공연이나 제품으로 현실화되기도 했다. 상업공간들은 마케팅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로마 요법을 활용하고 있고, 심신의 질병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아로마 요법은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각과 청각의 감각보다 후각의 감각이 무서운 것은, 무의식적으로 그 감각에서부터 경험과 욕망, 기억의 단계로 흐르게 되기 때문이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견은 경험하지 못한 그러나 도래할 감각에 대한 감지에서부터 시작된다. 

 

2. 레이 브레드베리의 오도로포닉스(Odorophonics)

1950년대 SF작가인 레이 브레드베리(Ray Bradbury)는 『아이들이 만든 세계(The World the Children Made)』(1950)에서 ‘오도로포닉스(Odorophonics)’라는 흥미로운 장치를 그렸다. 두 아이의 부모인 조지와 리디아는 생활을 위한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가 갖춰진 집을 구입한다. 집안의 기기들은 식사준비는 물론이고, 아이를 재우고 씻기며, 심지어 방을 이동하고 양치하고 신발 끈을 묶는 것까지 해준다.

집이 아내, 남편, 부모 역할을 대체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잡다한 의무들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할 일을 덜기 위해 산 집 안에서 할 일을 못 찾는 부부는, 자신이 필요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들은 흡연과 불안증,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냄새는 오감충족 놀이방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부부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체험놀이를 위해 집안에 초고성능 입체구현장치를 갖춘 놀이방을 만드는 데 투자를 한다. 어느 시공간이든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그곳은 스타트랙의 ‘홀로덱(Holodeck)’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생각하는 것은 뭐든지 그대로 나타난다.” 

놀이방은 고요했다. (…) 느닷없이 아프리카의 대초원이 눈앞에 쏟아져 나왔다. 두 사람을 둘러싼 초원은 완벽한 입체였다. (…) 안 보이는 곳에 설치된 방향-음향장치가(Odorophonics) 푹푹 찌는 대초원 한복판에 서 있는 두 사람 위로 방향제를 내뿜었다. 바싹 마른 풀 냄새, 숨어 있는 생물의 싱그러운 풀 냄새, 코를 찌르는 비릿한 짐승 냄새, 공기 중에 맴도는 메케한 흙냄새.(3) 

 

영화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은 아프리카 초원만을 제공했고 사용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그 징후는 냄새로 감지됐다. 육식동물의 지독한 냄새는 놀이방 바깥으로 새어 나와 온 집안으로 퍼졌다. 부부는 한 가지 상황에 심하게 빠져들게 될 아이들의 중독을 우려했지만, 진짜 문제는 피 냄새의 자극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피를 뚝뚝 흘리는 사자의 입에서 나는 날고기의 냄새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곳에서 부부는 공포를 느낀다. 

피 냄새는? 놀이방은 아이들이 발산하는 뇌파를 정확히 감지하며 원하는 모든 것을 놀랄 만큼 세밀하게 재현해 냈다. (…) 기린을 원하면 기린이 나온다.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까지 했다. 맨 마지막 것이 문제였다. 조지는 식탁이 잘라 준 고기를 무덤덤하게 씹었다. 죽음이라는 개념, 피터와 웬디는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쩌면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은 실상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죽음이 뭔지 알 만큼 자라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지 않던가. 두 살배기도 남에게 장난감 총을 겨누지 않던가.(4)

하지만 늦었다 아이들은 이미 그 놀이방에 푹 빠졌다. 아이들은 아프리카 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놀이방 폐쇄 선언에 강하게 저항한다. 아버지 조지는 자신의 지갑이 아프리카방의 사자가 있던 자리에서 “마른 풀과 사자의 냄새를 풍기며” 잘근잘근 씹어져 던져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너무 오랫동안 전기가 흐르는 기계 탯줄에 묶여 살았다”라는 것을 깨달은 부부는 집안의 기계를 모조리 끄고 그곳은 기계들의 공동묘지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온갖 감각과 경험을 제공해줘 온 놀이방을 하나의 살아있는 주체로 인식하게 됐고, 놀이방이라는 공간 또한 자신의 폐쇄를 바라지 않는 하나의 살아있는 주체로 상상된다. 그리고 이미 기계조작 기술로 부모를 능가하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없애려는 부모를 제거한다.

이 섬뜩한 이야기는 감각의 소비자로 존재하게 될 미래 인류에 대한 경고다. 모든 자동화에 섬뜩해진 부모는 아들 피터에게 “그림은 네 손으로 직접 그리면서 배우는 거야”라면서 자동으로 그려주는 “그리미” 로봇을 앗아간다. 그러자 아들 피터는 답한다. “보고 듣고 냄새만 맡아도 돼요. 왜 쓸데없는 짓을 해요?” 오늘날 기술의 발전 지향점을 보면, 기술은 인간을 감각수용체로 ‘모시려’ 한다. 고통도 수고도 덜고 향유하라고 한다. 우리는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가? 

SF에는 기상천외한 감각이 그려진다. 신인류, 기계, 외계인, 초월적 존재 등 상상할 수 있는 갖가지 주체를 매개로 우리는 현재의 제한된 감각경험의 지평을 넓혀본다. 그것은 문학적으로는 우리에게 상상력 유희의 즐거움을 주고 현실적으로는 상업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과학기술자에겐 허무맹랑한 픽션이면서도 입증하고 싶게 하는 도전적 대상이 되며, 철학자에겐 인간 존재에 대해 열린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흥미로운 창구가 된다. 

방향 오르간과 오도로포닉스는 감각하는 동물로 진화하는 인류에게 질문을 던진다. 얼리 어댑터인 당신에게, 이 새로운 촉수는 무엇인가?  

 

 

글·김성연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근현대 텍스트들을 기반으로 감각과 감성, 지식의 변화를 추적해왔으며, 최근에는 후각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서사의 요철: 기독교와 과학이라는 근대의 지식-담론』, 『영웅에서 위인으로: 번역 위인전기 전집의 기원』 등이 있다.

 

(1) 올더스 헉슬리 지음, 전병석 옮김,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98, 207쪽.

(2) 위의 책, 253쪽.

(3) 레이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황금가지, 2010, 18쪽.

(4) 위의 책,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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