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길의 한쪽을 가파르게 둘러막은 콘크리트벽에 치렁치렁 내려앉은 저건 불온한 노란색이다. 낱낱의 노란 점은 산을 둘러먹은 철조망을 투과하여 하나의 얼룩으로 보일락 말락 하다가 위태로운 더미에서 노랑으로 급작스럽게 비말한다. 갑작스런 호출에 황급하게 뛰어나온 병사들처럼 노란색 꽃은 어질어질하다. 무채색의 세상을 전복이라도 할 듯 한꺼번에 덤벼든 저 노랑은 불시에 도래한 봄이 어느 사이 사라지듯 더 선명한 유채색의 세상 속으로 망각된다. 개나리가 그렇게 지랄 맞게 핀다. 한때 우리는 혁명을 꿈꾸었다. 저 황망한 노랑이 곧 잊힌다고 이제 걱정할 일이 무엔가. 나의 개가 저 노랑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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