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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10) - K-댄스 가늠하기: 인정욕구로 묶여진 서로 다른 장르들
창간 13주년 연중기획 (10) - K-댄스 가늠하기: 인정욕구로 묶여진 서로 다른 장르들
  • 정옥희 l 무용연구자, 비평가
  • 승인 2022.08.3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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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10]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
총론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팝 : 임진모 음악평론가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공간 ‘필름통’ 대표
드라마 : 김민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웹콘텐츠(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 신정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기획위원장, 방송작가 
문학 :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월간 ‘쿨투라’ 편집주간 
출판 : 김성신 출판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출판위원장 
게임 : 남기덕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미술 : 김원숙 미학박사, 예술 비평가 
연극 : 이은경 연극평론가 
무용 : 정옥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무용 연구자 
뮤지컬 : 
최여정 문화평론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트코로나 콘텐츠기획단 팀장 
전통공연예술 :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 예술위원 
클래식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오페라 :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제언 – 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K-댄스’는 낯선 용어다. 한국의 춤이라니, 시공간을 공유해 온 문화공동체에서 발생한 전통춤을 지칭하는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K-pop 댄스인가? 해외 극장에 진출한 춤 작품인가? 아니면 국제 경연을 휩쓰는 무용수의 역량인가? K-댄스를 문자 그대로 오늘날 한국에서 추어지는 춤, 즉 한국춤으로 해석한다면 K-pop 댄스부터 발레, 전통춤에서 탱고까지 모두 아우를 것이다. 하지만 예술춤(1)과 대중춤 간에 골이 깊은 한국의 춤계에서 장르 간의 유대감을 뛰어넘는 국가 단위의 유대감이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K-댄스’는 춤계 내부에서 작동하는 용어가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춤’에는 없는 수출용 뉘앙스, 즉 외부로 향하는 인정욕구와 자본주의적인 욕망이 깔려 있다. 해외에서 사랑받고 돈도 벌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K-댄스라는 용어는 K-pop 댄스가 해외 팬들을 모으고 경제적 이익을 내는 맥락 속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정욕구와 자본적 이익에 대한 욕망이 K-pop 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본 글에선 한국 춤계에서 접두어 K가 의미하는 여러 결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개인의 성취는 곧 국가적 성취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은 김기민이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10주년을 맞아 202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펼쳤다.

예술춤계에서 K의 위력이 처음 감지된 분야는 발레다. 1985년 로잔느 콩쿠르에서 강수진이 입상한 이래 1990년대 들어 국제 콩쿠르 입상자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6년에 설립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국제 콩쿠르를 휩쓸면서 한국은 세계 발레계에서 신흥 발레 강국으로 인식됐다. 잇단 국제 콩쿠르 입상은 개인의 성취를 국가적 성취로 변환시켰으며, 서양 문화인 발레에 대한 문화적, 기술적, 체격적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발레 위주의 경연 문화가 컨템퍼러리댄스, 안무, 스트릿댄스로 확장되면서 국제 경연 입상은 한국 사회에서 장르 전체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기제가 됐다. 비보잉이 90년대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 여겨지다가 2000년대 초부터 진조 크루, 저스트 절크 등 댄스팀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빠르게 주류 문화로 편입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국가대항전의 틀 안에서 신체적 퍼포먼스를 통해 민족적 역량을 증명하는 장르가 됐고 댄서들은 국가대표 선수로서 위엄을 지니게 됐다.

해외 무용단 취업 역시 개인의 성취를 곧 국가적 성취로 치환한다. 콩쿠르가 일회적 이벤트라면 취업은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인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빛낸 해외발레스타’라는 제목의 갈라 공연에서 보듯 해외 취업은 개인의 구직 성공을 넘어 국가적 성취로 여겨졌다. 2001년에 시작된 행사가 20여 년간 이어졌으니, 해외에 취업한 한국인 무용수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음을 방증한다.(2)  

이처럼 국제 콩쿠르 입상과 해외 무용단 입단은 한국 춤계의 국제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진다. 올해 5월에 발레리나 박세은이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로 승급했을 때 국내 언론이 앞다투어 ‘동양인 최초’로 ‘발레 종가의 인정’을 받았다고 특필한 사례는 해외의 인정이라는 명분이 국내에서 민족적 자긍심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국내에 직업무용단의 수가 적고 국공립무용단의 대부분이 한국무용 분야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장려되고 있다. 

다만 경연의 만연화가 춤을 가시적인 측면 위주로 왜곡시키는 것, 개인이 국가를 대변하는 구조가 지닌 폭력성, 국제적 성취가 내부적 경쟁의 도구로써 활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약하다. 또한 무용수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것이 국내와 해외의 위계를 설정함으로써 서양 춤계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데다 인재유출을 가속화시킬 위험에 대해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동등하고 지속가능한 교류를 위한 공적 지원

해외 무용단에 취업한 무용수가 금의환향하던 시기를 지나 최근엔 해외 취업 에이전시가 등장할 정도로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개인의 해외 진출이 여전히 각개전투의 방식에 가깝다면 집단 차원의 해외 진출, 즉 무용단체의 해외 공연은 보다 정책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해방 직후부터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문화외교의 일환으로 국립무용단을 세계 곳곳에 파견했고 민간 무용단들도 합류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공연이 1회 성 행사인데다 주로 교민이나 현지 시민을 대상으로 했기에 예술적인 인정은 아니라는 인식이 싹텄다. 90년대 이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축제 형식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춤계는 해외 무용단의 내한공연과 국내 무용단의 해외공연 간의 격차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에 파견공연이나 자비공연이 아닌 개런티 공연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해외 극장이나 무용단과 대등하게 교류하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

공기관은 동등하고도 지속가능한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지원제도를 재정비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아르코국제예술확산지원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초청받은 무용단의 직접경비 및 홍보비를 지원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선 해외 공연 바이어를 초청해 쇼케이스를 하는 서울아트마켓(PAMS), 해외 공연이 성사된 작품에 대해 국제항공료와 화물운송비를 지원하는 센터스테이지코리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별 단체를 파견하는 대신 바이어를 초청하는 방식은 경제적이고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유럽 무대에서 화제가 된 안은미무용단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PAMS를 통해 성사된 것이다. 또한 공연료를 받고 초청된 무용단에 국가가 보조하는 방식은 쌍방적이고 지속가능한 예술교류를 가속화했다.

오늘날 기관과 민간 극장 및 축제는 해외 기관과 대등하게 교류하며 국내 무용단체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제도적인 지원, 한국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제고, 그리고 공연단체들의 예술적 수준 향상이 결합되면서 이뤄낸 결실이다.

하지만 경제적 차원에선 미흡하다. 해외 공연은 비용에 비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데다 현재 500여 개에 달하는 무용단체 중 해외에 진출한 단체가 20여 단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규모라 할 수 없다. 이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안무 판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임스전이나 신창호처럼 해외무용단에 작품을 판매한 안무가가 있긴 하나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좋은 무용수에 비해 좋은 안무가가 부족하고 신작 위주로 지원하는 제도 역시 문제다.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도록 춤 교육 전반을 성찰하는 한편, 좋은 작품이 계속 공연되고 유통되어 해외 판매까지 이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K-pop 댄스와 안무가의 지위 향상

 

한국 전통춤 공연 장면 

한국의 예술춤에서 소수의 뛰어난 무용수와 안무가, 무용단과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면, 대중춤은 K-pop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다시 말해 예술춤의 K가 위로부터 부여된 명분의 인증이라면, 대중춤의 K는 아래로부터 구축한 실리의 인증이라 할 수 있다. 

K-pop은 음악만큼이나 춤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 퍼포먼스는 종합예술로서의 면모를 갖추었고, 뮤직비디오는 일종의 춤 교본이 되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춤을 주요 콘텐츠로 부각시켰다. 뮤직비디오 속 안무를 따라하는 커버댄스, 일시적으로 모여 춤추고 헤어지는 댄스몹, 숏폼 플랫폼에서 춤의 일부를 커버해 올리는 댄스 챌린지, 노래를 랜덤 플레이하며 레퍼토리 수행을 겨루는 랜덤플레이댄스 등은 모두 팬들이 만들어낸 향유 방식이다.

팬들에 의해 호명되고 성장하면서 K-pop 댄스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뮤직비디오의 공식 안무를 전 세계 팬들이 따라하며 즐길 뿐 아니라 안무가들이 새롭게 창작하는 춤 콘텐츠 역시 유튜브, 틱톡, 릴스 등을 통해 널리 파급되고 있다. 안무가들이 커버댄스를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창작 안무를 선보이며 K-pop뿐 아니라 해외 팝송에 맞춰서도 안무한다는 점은 그들의 춤 콘텐츠가 점차 K-pop으로부터 독립된 정체성을 구축하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K-pop 댄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안무가의 양가적 지위가 공론화됐다. 원래 K-pop 산업 안에서 안무가는 종속적인, 심지어 지워진 존재에 머물렀다. 옛날 미국 뮤지컬 영화산업에서 그러했듯 안무가는 창작자라기보다는 기술자로 여겨진 것이다. 그런데 작사·작곡 못지않게 안무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안무가의 크레딧이 가시화되고 발언권도 강화됐다. 하지만 스타 안무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안무 저작권이 미흡한 탓에 전 세계에서 춤을 추고 유튜브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안무가에게 실질적인 수익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에 안무가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무용계에서 안무 저작권은 백여 년 전부터 논쟁이 되어왔지만 복잡한 신체 움직임에서 창의성을 분별할 기준이 모호한 데다 춤 공연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미미한 탓에 큰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수익성이 높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안무 저작권이 처음 인정되었듯, 산업 규모가 큰 K-pop에서 안무 저작권 문제가 진척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시행에 앞서 ‘케이팝 성장의 숨은 주역인 안무가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경제적 요인이 법적, 제도적 변화를 추동함을 보여준다. 학계 및 현장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통해 창의성을 가려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K-댄스의 탄생

K-pop 댄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코레오(3) 장르가 스트릿댄스(4)와 결합하는 양상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에 화제가 된 여자 댄스 크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CJ ENM)이다. ‘스트릿’을 단 제목에도 불구하고 주로 코레오 댄서들이 출연한데다 배틀과 안무 대결이 뒤섞였다. <스우파>의 성공으로 여고생 버전(‘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남자 버전(‘스트릿 맨 파이터’)과 그 프리퀄(‘비 엠비셔스’), 초보 댄서 버전(‘뚝딱이의 역습’)이 연달아 제작되면서 스트릿댄스와 코레오의 융합은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스트릿댄스와 코레오의 융합은 논란을 야기했다. 그동안 스트릿댄스와 코레오는 구별되어 왔기 때문이다. 방송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받아들여 안무하는 코레오가 K-pop의 인기에 힘입어 큰돈을 벌었다면, 배틀과 프리스타일을 중시하는 스트릿댄스는 각 장르마다 전문성이 뚜렷하고 살아있는 춤이라는 암묵적인 위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스트릿댄스와 코레오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코레오 장르가 엄청나게 발전했을 뿐 아니라 스트릿댄서 역시 방송 무대에 적응해갔다. 게다가 모두 학원과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쳐지면서 극장 중심의 예술춤과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이렇게 볼 때 스트릿댄스와 코레오 간의 결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 결합이 현장 댄서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보다 방송 포맷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언론에선 방송의 맥락에서 결합된 대중춤 전반을, 특히 해외의 시선을 의식하며 K-댄스라는 용어로 통칭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춤계의 장르 구분 너머 창의적 작업을 촉발시키는 측면이 있다. 오늘날의 댄서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여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접두사 K가 붙음으로써 민족주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플라이 투 더 댄스>(JTBC)이다. 스트릿댄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댄스 버스킹을 하는 설정으로, 아이키나 리아킴, 리정 등의 댄서들이 뉴욕 타임스퀘어와 링컨센터, LA 해변 등에서 갓과 상모, 태권도 등 한국적인 코드를 담은 춤을 선보였다. 국내 일급 댄서들의 해외 버스킹이라는 포맷은 문화사대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순수예술을 상징하는 줄리어드 음악학교의 한국 학생들 및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발레리나 서희가 합류한 공연은 K를 구심점으로 서로 다른 장르가 쉽게 뭉뚱그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K-댄스 미국 상륙’이라 회자된 이 프로그램은 국립예술단체를 총동원해 해외공연단을 꾸리던 시절의 인정욕구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K-댄스는 유망한 문화콘텐츠로서 국가와 자본, 언론의 부름을 받고 있다. 예술적인 수준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산업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K-댄스는 단일체가 아니다. 예술춤과 대중춤, 나아가 그 내부의 장르들은 결코 대등하지 않다. ‘예술성이 높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춤’과 ‘돈을 잘 벌지만 쉬운 춤’의 구분이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세부 장르 간의 위계와 갈등이 깊다. 학력 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에 몰린 제도권 춤 교육이 ‘실용무용’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동등하고 자발적인 융합이라 하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방송국의 힘으로, 혹은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진 K-댄스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춤계 내부에서 장르간의 동등하고 지속적인 교류와 인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K-댄스가 성장하며 야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 콩쿠르 및 연습생 제도가 지닌 억압적인 훈련과정과 무한경쟁, 여성, 특히 미성년자 여성 댄서의 성적 대상화, 안무가나 실연자의 권리 보호 미흡, 타문화에 대한 무관심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해외에서 K-댄스의 입지가 커질수록 책임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춤은 사회적 구성물로서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들을 성찰하고 행동하는 공론장이 형성될 때 K-댄스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글·정옥희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템플 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과 중국광저우시립발레단에서 정단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엘도라도, 2021), 『이 춤의 운명은: 살아남은 작품들의 생애사』(열화당, 2020), 『진화하는 발레클래스』(플로어웍스, 2022)가 있으며, 무용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1) 한국의 춤계는 크게 예술춤과 대중춤, 혹은 순수예술춤과 대중/실용예술춤으로 나뉜다. 서양의 춤 문화가 도입되면서 토착춤 역시 재편되었으며, 1960년대에 대학 무용과가 설립된 이래 예술춤은 크게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으로 구분되었다. 예술춤을 3가지 장르로 나누는 관습은 내부적으론 예술춤의 장르를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외부적으론 다양한 춤 장르를 예술춤으로부터 소외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예술춤계 전반이 이를 기반으로 구조화되었기에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2)오늘날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로 명칭을 바꾸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수를 소개하고 있다. 
(3)코레오그래피(choreography)의 준말로 가수 및 백업댄스가 추기 위해 안무된 방송댄스에서 시작하여 스트릿댄스의 요소를 받아들이며 보다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되었다.
(4) 스트릿댄스는 넓은 의미에서 순수예술춤 장르나 전문적인 댄스 스튜디오에서 유래하지 않은 다양한 대중춤을 일컫는 동시에, 좁은 의미에선 비보잉, 팝핑, 락킹, 왁킹 등의 올드스쿨 장르, 그리고 뉴스타일 힙합, 하우스, 크럼프와 같은 뉴스쿨 장르를 지칭한다.

사진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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