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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4) - K-웹툰, 콘텐츠의 꽃이 되다
창간 13주년 연중기획 (4) - K-웹툰, 콘텐츠의 꽃이 되다
  • 신정아 l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기획위원장, 방송작가
  • 승인 2021.12.3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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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연중기획 4]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
총론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팝 : 임진모 음악평론가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공간 ‘필름통’ 대표
드라마 : 김민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웹콘텐츠(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 : 신정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기획위원장, 방송작가 
문학 :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월간 ‘쿨투라’ 편집주간 
출판 : 김성신 출판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출판위원장 
게임 : 남기덕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 
미술 : 김원숙 미학박사, 예술 비평가 
연극 : 이은경 연극평론가 
무용 : 정옥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무용 연구자 
뮤지컬 : 최여정 문화평론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트코로나 콘텐츠기획단 팀장 
전통공연예술 : 한덕택 서울남산국악당 상임 예술위원 
클래식 :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영화평론가  
오페라 :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제언 – 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의 일상화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 웹콘텐츠의 이용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웹툰, 웹소설과 같이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장르는 팬데믹으로 멈춰선 일상의 빈틈을 타고 대중의 소일거리로 자리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500억 원 규모였던 웹툰 시장은 2017년 3,799억 원, 2018년 4,463억 원, 2019년 6,400억 원으로 해마다 30% 이상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2020년에는 1조 538억 원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64.6%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웹툰의 페이지뷰를 보면 2019년 329억 뷰에서 2020년 337억 뷰로 8억 뷰가 증가했다. 이는 콘텐츠 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그렇다면 무엇이 B급 문화로 취급받던 웹툰을 이토록 핫한 콘텐츠로 만들었을까? 

 

웹툰 미생의 트랜스미디어 전략 (출처 : 네오캡)

K-웹툰의 성장과 슈퍼IP의 탄생

웹툰의 시작은 본래 웹사이트용 무료 만화였다. 거대서사보다는 일상적이고, 짧은 이야기를 담은 생활툰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03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가 세로 스크롤 형태로 서비스되면서, 웹툰은 포털 유입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모바일 퍼스트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로 스크롤은 기존 만화처럼 컷 분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을 살려 캐릭터와 대사를 배치할 수 있고, 컷과 컷 사이의 여백을 자유롭게 창조하면서 장면의 전환이나 심리 묘사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존의 종이 만화가 대부분 모노크롬(Monochrome) 방식의 흑백 톤을 사용했다면, 웹툰의 경우 컬러 사용이 쉽고 편리해 다양한 톤으로 표현할 수 있다. 

웹툰의 표현 기술이 다양화된 것은 웹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창작되고 유통되는 ‘모바일 퍼스트’ 포맷을 꾸준히 시도한 덕분이다. 모바일 퍼스트는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용어다. 유동성·이동성·기동성 등을 뜻하는 ‘모빌리티(Mobility)’는, 사람과 사물의 편리한 이동에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포괄하는 용어다. 웹툰과 웹소설 장르는 디지털과 모바일 퍼스트 기술의 발전으로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의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이와 함께 단행본이 아닌 연재 시스템의 도입과 조회 수, 별점, 시리즈형 스토리 웹툰 등으로 진화하면서 웹툰의 생명력은  견고하고 단단하게 성장해왔다.

2012년 1월 연재를 시작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국내 웹툰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교두보다. 다음(Daum) 웹툰에서 1억 뷰를 달성하며 높은 인기를 누린 <미생>은, 다음팟플레이어라는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모바일무비(웹드라마의 초창기 버전)로 각색돼 2013년 총 6편의 프리퀄이 출시됐다. ‘프리퀄(Prequel)’이란 오리지널 콘텐츠 이전 서사를 뜻하는 장르로, 이미 성공한 콘텐츠의 캐릭터와 세계관 확장을 시도하는 전략이다. 이후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이 방영돼 인기를 끌면서 <미생>은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장르의 개척이라는 공을 세웠다. 

미생의 인기는 주인공 장그래의 방황과 좌절, 도전과 희망이라는 성장기를 다룬 스토리의 힘에서 비롯됐다. <미생>의 성공은 청년세대가 겪는 시대적 문제를 개인의 서사로 끌어들여 현실 장르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웹툰이 소소한 재미와 감동만을 추구하는 장르에 머물지 않고, 시대상을 반영한 공감형 콘텐츠임을 보여준 사례다. 모바일무비 <미생: 프리퀄>이 제작된 2013년을 필두로 웹드라마 장르가 본격화됐고, 이후 숏폼의 인기로 성공한 웹툰의 영상화는 콘텐츠 산업계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 업체들이 산업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구독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웹툰 IP의 확보는 가성비가 높은 콘텐츠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2021년은 K-웹툰 IP로 성공한 영화 및 시리즈의 활약이 눈부신 한 해였다. 2020년 12월에 공개된 <스위트홈>, 2월 <승리호>에 이어 11월에 공개된 <지옥> 등의 세계적 인기는 K-웹툰이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갈 치트키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시장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웹툰의 콘텐츠 유니버스 구축 방식도 다각화됐다. 

<승리호>의 경우 마블 유니버스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와 웹툰이 동시 제작됐다. 웹툰 <승리호>의 예고편에는 ‘얼라이브(Alive)’라는 새로운 뷰잉(Viewing) 방식이 적용됐는데, 이는 사용자가 화면을 스크롤 하면 화면의 심도와 배경음악이 바뀌는 기술이다. 한편 공개 첫날부터 넷플릭스 전 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석권한 <지옥>은 원작 웹툰에 대한 해외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면서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영어,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 등 총 10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다.

 

종횡무진 변신하는 K-웹툰의 저력

K-웹툰의 콘텐츠 프랜차이즈는 드라마,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 음악, 이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를 통해 IP 확장을 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협업의 방향이다. 성공한 웹툰을 OSMU나 트랜스미디어 방식으로 각색하는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유명 게임 IP, 인기 그룹 BTS 멤버들의 세계관 등이 역으로 웹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과거 인기드라마의 팬덤을 겨냥한 웹툰 제작도 다양하게 시도 중이다. 성공한 웹소설을 웹툰화해 높은 매출과 트래픽을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노블코믹스(Novel Comics)도 각광을 받고 있다. 웹소설의 성공 이후 웹툰과 드라마가 함께 제작된 카카오페이지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황제의 외동딸>, <나 혼자만 레벨업>, <닥터 최태수>, <사내맞선> 등이 노블코믹스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웹툰이 드라마의 트랜스미디어로 활용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2월 11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해피니스>는 드라마의 기본 설정과 등장인물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스핀오프(Spin Off)를 웹툰으로 연재했고,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방영 한 달 전부터 프리퀄 <그 해 우리는-초여름이 좋아!>를 웹툰으로 선공개했다. 

최근에는 웹툰의 OST 음원 출시로 팬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기 웹툰의 감성과 스토리를 살린 OST가 음원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팬덤과 융합되면서 매출의 상승과 함께 콘텐츠 경험의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웹툰 <스터디그룹>의 OST ‘패스트(Fast)’는 인기 래퍼 ‘개코’와 ‘쿠기’가 부르면서 인기를 끌었고, <성경의 역사> OST 앨범에는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부른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수록됐다. 가수 노을은 <이두나!> OST에 ‘시계추’로 참여했고, 헨리는 기안84의 <회춘> 1화 BGM을 작곡했다. 

웹툰의 OST는 배경음악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음원 발매를 통해 음악 플랫폼에 유통되기도 하고, 유튜브에 웹툰 뮤비가 제작돼 서비스되기도 한다. 이런 웹툰IP의 변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종횡무진’이라고 할 수 있다. 검증된 작품성과 디테일한 스토리보드가 준비된 웹툰의 변신은 무궁한 확장성과 연결성으로 차세대 한류를 이끌어갈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공식포스터 (출처 : 티빙)

글로벌 팬덤 홀리는 K-웹툰의 흔한 매력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둔 K-웹툰의 스토리는 주로 SF, 판타지, 스릴러, 액션물 등 블록버스터형 콘텐츠들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K-웹툰에 담긴 감성의 전부는 아니다. 예산과 캐스팅, 세계관이 점점 거대해지는 대형 스케일 이면에는 오랜 시간 구독자들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위로하고 격려해준 현실 장르로서 K-웹툰의 맛이 있다. 지난 2015년 4월 1일 ‘오프닝’편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7일까지 총 5년 7개월간 연재된 <유미의 세포들>이 대표적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평범한 30대 직장인 유미의 사회생활과 연애를 머릿속 세포들의 시각으로 그려낸 독특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다. <유미의 세포들>은 연재기간 누적 조회 수 32억 뷰, 누적 댓글 수 500만 개를 기록하면서 2016년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됐고, 2018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실적인 에피소드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누린 <유미의 세포들>은 최근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돼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평면 서사 속 세포들은 3D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시킨 방식으로 웹툰의 경험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세포들의 디테일한 이미지와 감성은 자칫 실사가 놓칠 수 있는 웹툰의 상상력과 공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 됐다. <유미의 세포들>은 웹툰 외에도 의류, 문구 등의 굿즈와 모바일 게임 등이 출시됐고, 완결 기념 기획전과 이벤트가 개최되면서 오랜 시간 유미와 함께 일상을 지낸 팬들은 가상 속 유미의 스토리를 현실에서도 체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편 하루 끝의 한 잔 술이 인생의 낙이자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다룬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의 원작은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이다. 절대 주당이자 절친인 3명의 주인공들이 나누는 현실 우정, 직장인의 애환, 술자리 풍경 등이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공개 한 달 반 만에 6천만 뷰를 돌파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일상툰으로서 K-웹툰의 매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원해진 관계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반면 사회문제를 리얼하게 다뤄 공감을 얻은 넷플릭스 <D.P.>는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을 각색한 작품으로 탈영병을 좇는 근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를 다뤘다. 군대와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담아낸 <D.P.>는 그동안 판타지에 가까운 영웅서사로 그려진 군 관련 문화콘텐츠의 이면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D.P.> 이전에도 군대 문화의 부조리를 다룬 콘텐츠로 최규석·연상호 작가의 만화 <창>이나 전·의경의 가혹행위를 다룬 기안84의 웹툰 <노병가> 등도 있었다.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함에도 덮여있던 사회적 문제를 웹툰이라는 일상 미디어로 재현한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질문 던지기이며, 치유되지 못한 누군가의 상처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각자의 속도와 여백으로 감상하는 웹툰, 그 속에 구현된 시대상은 때로 두렵고, 공허하기도 하지만 종종 벅차고, 희망적이며, 끈끈하기도 하다. K-웹툰에서 발견되는 흔한 매력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대체불가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소소하지만 단단한 연대감이다. 

 

차세대 한류의 주역, 그러나

그렇다고 K-웹툰의 미래가 꽃길만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액이 5,488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보다 72.4% 증가한 수치다. 불법 웹툰 사이트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272개를 기록했다. 이는 한글로 서비스되는 불법 사이트만 집계한 수치로, 외국어로 번역된 불법 사이트까지 합산하면 총 2,685개로 나타났다.

국내 웹툰 플랫폼사들은 지난 해 10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웹대협)를 출범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복제를 방지하는 포렌식 워터마크를 웹툰에 삽입해 불법 유출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플랫폼들은 웹툰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이미지 메타 데이터에 삽입된 정보를 삭제하는 식으로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공급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라, 이용자들의 올바른 저작권 인식과 사용에 대한 리터러시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형 플랫폼사들이 콘텐츠 IP를 독점계약하면서 중소 제작사나 작가들의 교류와 소통, 협력의 장이 축소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적 인접성과 상호교류의 장을 확대해야 하는 것도 K-웹툰의 잠재력 재고에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웹툰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와 2차 저작물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수익 배분에도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과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글·신정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기획위원장. 방송작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세계문화예술경영전공 특임교수로 재직하면서 뉴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를 연구하고 강의한다. 메타버스와 VR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저서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두잉』, 『미디어격차』(공저), 『AI와 더불어 살기』(공저),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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