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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더 감사해야 하는 이유
기독교인이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더 감사해야 하는 이유
  • 안치용
  • 승인 2024.10.2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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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전문가 안치용의 한국 교회 톺아보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많은 사람이 기뻐했지만, 그중엔 광주시민과 제주도민이 포함된다. 한 작가가 518광주항쟁과 43항쟁을 문학으로 승화해 세계적으로 알리고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제주도민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역사적 트라우마,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문학으로 펼쳐냈다는 평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덕분에 제주도민은 43의 상처를 치유 받고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품고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 지사가 모든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 작가의 수상이 못마땅한 세력도 있지 싶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기 거의 직전에 109-10일 열린 제주평화인권헌장공청회가 반대단체의 반발로 이틀 연속 파행했다. 반대단체들은 단상을 점거하거나 출입을 막고 강력 반대등을 외쳤고 사고를 우려한 주최측의 결정으로 공청회가 진행되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대단체들은 헌장안 내용 중에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43왜곡과 폄훼에 대응할 권리 등을 주로 문제 삼았다. 기독교, 학부모단체 등 20여 단체로 구성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반대 제주도민연합은 106일 기자회견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은 소수자의 인권과 삶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다수의 인권이 역차별받는 부작용을 나타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평화인권헌장안이 편협한 43 해석을 고착화하고 반론을 제한해 43의 역사적 사실을 묻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헌장안은 제주도민이 43의 진실을 알고, 회복하고 기억할 권리, 43왜곡과 폄훼에 맞서 대응할 권리, 전쟁과 폭력 등 모든 종류의 위협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 등을 명시했다. 차별금지도 마찬가지이지만, 43에 관해서 저 정도 문안에 반대할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작업은 지난해 8월 전문가와 도민 35명을 위원으로 하는 제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 공모를 거쳐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 100명으로 구성된 도민참여단이 토론 등을 거쳐 헌장 기본안을 마련했다.

반대단체에 기독교가 들어있는 게 눈에 띈다. 물론 모든 기독교 교파를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숫자상 다수를 점한 기독교 교파가 힘을 실어주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 같은 기독교는 제주 43 당시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서북청년단의 만행에 대해서 희생자들과 생존해계신 피해자들에게 한국교회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주 43 70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연 역사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에서 발표한 성명이다.

이 기독교와 저 기독교는 다른 기독교일까. 제주 43항쟁 생존자 중에서 예수쟁이가 남편을 죽였다고 회고하는 할머니가 있다. 제주에서 목회하는 어느 목사는 43은 묻고 가는 편이며 얘기를 하더라도 공산폭동쯤으로 치부한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공산폭동을 미화하는 소설을 쓴 것일까. 헌장에 반대하는 논리구조에서는 역사 왜곡으로 한 작가에게 항의하든지,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따지든지 해야 하지 싶다.

43항쟁이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란 데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이 설령 빨갱이라고 하여도 서북청년단과 남한의 군경이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다. 한 작가의 소설이나 그의 수상과 무관하게 역사적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이제 43을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학살의 당사자가 모두 사라졌으니 추모라도 하면 좋겠다.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야만에 부끄러워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사과하면 좋겠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ㆍ전 경향신문 기자, 한신대 M.div 및 신학박사 과정 수료. 협동조합언론 가스펠투데이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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