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순에 유엔에서 <2025 유네스코 세계 물 개발 보고서>라는 걸 발표했다. 물을 개발하는 문제뿐 아니라 물에 관한 지구촌의 전반적 실태를 연구하여 담는다. 지구온난화와 물 문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현상의 하나인 사막화의 가속화는 물 부족을 야기한다. <매드 맥스> 같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물을 핵심 자원으로 보아 물을 장악한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
이번 보고서에서 유엔은 빙하가 후퇴하면서 전 세계 20억 명이 식량과 물 공급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현재 빙하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이에 따른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네스코의 <2025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빙하가 후퇴하고 산악 지역의 강설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 관개 농업의 3분의 2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개발도상국의 절반은 이미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산악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의 식량 생산은 산악 수역, 녹은 눈, 빙하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 부족에 따른 상황의 악화가 예상된다.
선진국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미국 콜로라도강 유역을 예로 들면 이곳은 2000년 이래 가뭄을 겪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전체 강수량에서 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비는 눈보다 산에 내린 후 바다로 더 빨리 흘러내리게 된다. 산악 지역에 물이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어 가뭄을 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별도 연구에 따르면 빙하의 손실은 기록상 최악이다. WMO가 최근 발표한 연례 기후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3년을 단위로 한 집계에서 지난 3년에 기록상 가장 큰 빙하의 질량 손실이 있었다. 노르웨이, 스웨덴, 스발바르, 열대 안데스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동부 아프리카는 일부 지역에서 빙하의 80%를 잃었고, 안데스산맥에서는 1998년 이후로 빙하의 3분의 1에서 절반이 녹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의 빙하는 같은 기간 약 40%가 줄었다.
빙하의 급속한 감소는 물부족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빙하가 녹으며 지구온난화라는 거대 순환이 악순환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녹이며 악순환을 촉발한다고 말해도 된다.
빙하의 감소가 빙하의 더 큰 감소를 초래하는 감소의 악순환은 알베도 때문이다. 얼음이 사라지면서 열을 반사하는 흰색의 표면이 열을 흡수하는 어두운 토양으로 대체된다. 이렇게 색에 따라 태양복사에너지의 반사율이 달라지는 알베도 효과가 빙하의 감소에서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얼음의 흰색이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리에 짙은 색의 땅이 드러나 열을 더 흡수하게 되고 그러면 온도가 더 올라 빙하가 더 녹게 된다.
눈 위에 내리는 비가 눈사태 형성의 주요 요인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눈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빙하가 녹은 물이 산중 호수를 형성했다가 계곡이나 경사지 아래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홍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은 내리막으로 흐르지만, 식량 불안은 오르막으로 치솟는다. 산은 인류에게 담수의 60%를 공급하지만, 이 중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지역은 가장 큰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훑어보면서 개인적으로 이제 한국 기독교가 제대로 선교할 기회를 맞았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슬람 등 멀쩡히 다른 종교가 있는 곳에 들어가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순순하게 물 문제가 빚어진 지역에 들어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면 어떨까. 천연 급수탑이 임박한 위험에 직면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긴급조치를 취하러 많은 선교사가 제3세계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헌금 받아 애먼 곳에 쓰지 말고 물 선교하는 데에 써서 그곳 사람들을 구제하면 어떨까. 광화문에 흘러간 돈의 물꼬가 바뀌기를 기도한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ㆍ전 경향신문 기자, 한신대 M.div 및 신학박사 과정 수료. 협동조합언론 가스펠투데이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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