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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③CMIT/MIT]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숨은 ‘협력자들’
[가습기 살균제③CMIT/MIT]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숨은 ‘협력자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5.1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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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은 CMIT/MIT물질을 이용,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세계최초로 개발‧제조했고 두 물질로 인해 총 36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1994년 11월16일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SK(당시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개발 기사과 1995년 12월2일 동아일보에 실린 홍보기사.
 
 
 
유공, 1994년 CMIT/MIT성분 ‘가습기 메이트’ 개발 후 인체 ‘무해’ 광고

애경, 2001년 ‘가습기 메이트’ 판매 시작…2011년 자진 수거
 
정부, 36명 사망에도 ‘폐 섬유화’ 인과관계 부인…20년간 심사면제 반복
 
언론, 사실 관계 확인하지 않고 기사 확대‧재생산
 

 


본지는 연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기사를 3주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꼬리’에 현혹돼 맹목적으로 좇지 않으려 했고 몸통을 넘어 ‘머리’를 잡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동안 취재를 했으며, 명확하게 기술하려 했다. 1탄 <SK케미칼 ‘아임 낫 유어 파더’…판매 기록 없으니 책임 없다?>2탄 <검찰, 옥시 보고서 쓴 독성실험 교수 ‘철퇴’>에서는 사실파악과 사건의 원인 추적이 목적이었다. 이번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숨은 ‘협력자들’>은 10년 동안 유해물질이 인체용으로 쓰일 수 있었던 배경과, 피해 상황에서 최대 가해자를 빗겨나가 ‘변죽 울리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통해 고발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은 4종류로 PHMG, PGH, CMIT, MIT다. 모두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는 있지만, 혼동해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건 파악을 위해 4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역사’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네 가지 물질의 위해도를 살펴보면 PGH가 10,500(만오백), PHMG가 2,500(이천오백), CMIT/MIT가 9.41이다. 위해도가 1이 넘으면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시중에 판매돼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PGH>는 국내 중소기업 ‘버터플라이이펙트’가 덴마크 기업 ‘케톡스’로부터 수입해 가습기 살균제로 제조했다. 세퓨(cefu)라는 이름의 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14명이 사망했고 총 27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제품은 판매 당시 ‘유럽 천연 성분’으로 홍보했지만, 덴마크에서 PGH는 ‘마구간 살균제’로 쓰이고 있었다.

<PHMG>는 지난호(91호, [가습기 살균제①PHMG]SK케미칼 ‘아임 낫 유어 파더’…판매 기록 없으니 책임 없다?)에서도 자세하게 다룬 바 있다. SK케미칼은 PHMG를 2000년 러시아 화학업체에서 수입해 플라스틱 수지나 섬유용, 방오용 등 ‘공업용항균제’로서 해외수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판매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 제품에는 공업용항균제 PHMG가 사용됐지만, 이 물질의 단독 생산자인 SK케미칼은 본지 인터뷰에서도 “옥시가 거래처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없다”고 반박했었다.

결국, 옥시가 중개상 CDI를 통해 PHMG를 구매,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하 옥시싹싹)’을 제조했음이 드러났고, 본지는 SK케미칼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옥시와의 거래와 그 용도를 몰랐다는 것, 그 방관 가능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옥시싹싹’은 2001년부터 2011년 수거까지 450만 여개 판매됐는데,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됐던 그 시기만큼 PHMG도 대량으로 판매됐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습기메이트 판매한 애경, 제조는 SK케미칼
 
옥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연이어 살상 피해를 낸 타 기업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사과와 진실 규명 요구가 빗발치게 된다. 대표적인 제품이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이며, 이것에는 앞서 지적한 네 가지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에 포함되는 <CMIT><MIT>가 사용됐다.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원료생산자와 제조자, 판매자가 다르기에, 그 책임을 가리는데 현재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제품 상호에 애경이 붙지만 정작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원료 생산과 가공·제조는 SK케미칼이 맡았기 때문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애경 측 관계자는 “애경은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완제품’을 2001년부터 판매하다가 2011년 자발적으로 회수했다”며 “‘판매원’으로서 법적 책임이 있다면 충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은 CMIT/MIT물질을 이용, 18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제조한다. 당시 유공은 "살균제 원액을 0.5%로 희석해 가습기물에 있는 콜레라·포도상구균 등 수인성 질병균에 대해 시험해본 결과, 24시간이 지나면 100%의 살균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초기에는 1993년 유공이 인수한 동산C&G가 판매했으나 부도가 나 가습기메이트 판권을 넘겨야 했고, 2001년부터 애경이 판매하게 된다.
 
 
 
   
▲ 2011년 11월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표시에 대한 허위표시 위법사실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SK케미칼에 소명자료를 요청했고 “흡입하면 상쾌함”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소명자료를 받는다.
 
 
 
제품검증 위해 SK케미칼 찾은 애경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2011년 11월.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표시에 대한 허위표시 위법사실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SK케미칼에 소명자료를 요청한다. 그리고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흡입하면 상쾌함”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소명자료를 내려 보낸다. 잘 쓰던 전자제품이 고장 날 경우, 생산기업의 AS센터로 제품을 보내는 게 일반적인 대처이고, 그것이 생산자에 대한 일종에 책임을 묻는 과정으로 이해할 때, 애경의 ‘요청’과 SK케미칼의 ‘반응’은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추론가능하게 한다.

지난달 25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이 자료에는 “이것(피톤치드)을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삼림욕 효과를 일으킵니다”와 “라벤더향은 화장품의 원료 및 향수로도 쓰이며 두통(해소)이나 신경안정제로도 사용됩니다”라고 기재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동안 눈감아 준 정부…세월만큼 고통 받는 피해자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는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로서 20여년동안 가정과 병원에서 널리 쓰였다. 하지만 CMIT/MIT는 미국 환경보호국(EPA)를 비롯해 유럽연합 등에서 1998년에 이미 유해물질로 지정된 물질이며, 특히 EPA는 ‘MIT 물질의 유해성 평가보고서’를 발표해 흡입독성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CMIT/MIT에 대한 심사면제 고시를 20년간 반복했으며, 심지어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월, 두 물질을 담고 있는 제품에서 ‘폐 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거대상에서 제외시키기 까지 했다. 같은 해 9월이 돼서야 유독물질로 지정됐지만, 늦춰진 시간만큼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CMIT/MIT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해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함박웃음, 산도깨비 등이다.
 
 
‘몸통’ 빠져나갈 틈 만든 언론…신문부터 TV예능까지
 
범죄와 재난은 신속한 대응처리 시간에 따라 결과를 달리한다. 신속한 대응은 정확한 상황파악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그것이 ‘국가적인’ 범죄와 재난이라면 언론이 상황파악을 위한 역할을 도맡아 해야만 한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은 사안의 온도, 즉 해결 순서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데, 이 여론몰이는 대부분 언론, 즉 신문기사와 TV방송이 전담하고 있다. 결국, 현대인들은 그 ‘창’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반한 사고와 판단을 하게 된다.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은 피해기간이 길다보니 시간을 거슬러 집중력 있게 사건을 좇아야 했고,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와 쓰인 유해물질이 여러개였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각각의 제품과 물질을 특별히 구분해 따지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그런데 주요 매체들조차 문제의 물질, PHMG, PGH, CMIT, MIT를 구분하지 않은 채 엉뚱한 내용을 기술해, 결국 틀린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된 기업을 압박하고 추궁해야 하는 언론이, 틀린 정보를 기반으로 주장하고 비판하는 것만큼 시간낭비도 없을 것이다.

SK케미칼은 2000년에 PHMG를 들여와 화학물질을 판매했고, 1994년 CMIT/MIT로 가습기 살균제까지 제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PHMG로 1994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는 기술이 부지기수였다(PHMG는 옥시 제품에 쓰였고, CMIT/MIT는 애경 제품에 쓰였으며 각각 피해규모도 과정도 다르다).
 
또한, SK케미칼이 옥시와 직접적인 거래처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매체에서는 SK측이 공식적으로 옥시와 거래를 했고 물질사용에 주의사항을 담은 MSDS를 건네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직접 거래 했냐, 안 했냐에 따라 그 책임의 무게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사를 확대·재생산 하는 것은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지못할뿐더러 잘못된 여론을 모으는 데 ‘공헌’할 여지가 있다.

한 매체의 경우, SK케미칼이 연구기관에 의뢰해 작성한 가습기 살균제 ‘노출 평가 시험’ 보고서 내용을 애경이 직접 주장한 것 마냥 기사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화학물질은 원래 고농도로 사용하면 독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 보고서의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를 파악하기보다, 애경이 보고서를 제출했고 욕먹을 만한 충격적인 문구가 포함됐음을 소개하기에 바빴다. 가습기메이트과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의 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하나의 프레임 안에 있는 사실만을 강조한 기사였다.

‘단독’이 붙은 새로운 내용에 대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대한 해석과 분석, 기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기사를 독자들은 필요로 한다. 잘못된 사실과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엉뚱한 곳을 짚어, 변죽만 올리는 것은 문제에서 ‘꼬리’만 잘려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머리’는 이미 빠져 나가 있다.)
 
 
 
   
▲ 울산시민연대와 울산녹색소비자연대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울산 남구 롯데마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가해기업 옥시 불매운동과 SK케미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숨은 ‘협력자’에 저항하는 시민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옥시에 PHMG를 공급한 SK케미칼에 대한 조사를 위해 관계자 2명을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PHMG를 공급할 때 흡입 독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올 3월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옥시·버터플라이이펙트 등과 함께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도 이르면 이번 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영국 옥시 본사와 ‘세퓨’의 원료판매국가인 덴마크 국회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알리고 있으며 11일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 내역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모임을 비롯한 소비자, 소매상들이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열을 올리며 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의 처벌 촉구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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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