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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11개월만에 임단협 잠정 합의
르노삼성, 11개월만에 임단협 잠정 합의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5.1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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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찬반투표 진행…수출물량 확보 등 정상화 난관

르노삼성이 1년 가까이 끌어온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조 측은 오는 21일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임단협 타결에도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장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새롭게 재편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AMI태평양) 지역 본부 내에서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4일부터 28차 본교섭을 시작한 후 4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16일 오전 6시20분 경 잠정 합의를 이뤘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11개월 만의 성과다. 노사 잠정 합의 내용은 오는 21일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진행,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을 경우 최종 타결된다. 

노사간 잠정 합의안은 주로 회사 측의 의견이 다수 반영됐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으나 양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이에 대한 보상으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중식대 보조금도 3만5000원 인상키로 했다. 성과급은 이익배분제(PS) 426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 확보 격려금 100만원, 특별격려금 100만원, 임단협 타결 격려금 50만원 등 총 976만원에 생산격려금(PI) 50%를 더해 지급키로 했다. 

협상의 또다른 쟁점이었던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와 협의가 아닌 합의로 하자는 노조 측의 요구도 관철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합의로 진행할 경우 회사 인사·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거부해왔다. 양측은 전환 배치 시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노조 측이 관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노조 측의 근무강도 완화 요구는 합의안에 반영이 됐다. 양측은 직업훈련생 60명을 충원하고 주간조 중식 시간을 45분에서 60분으로 연장키로 했다. 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에 10억원을 투자하고 근무 강도 개선 위원회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개막한 서울모터쇼에서 르노삼성은 세계 최초 크로스오버 SUV 모델 XM3를 공개했다. 사진/르노삼성

 

로그 후속 모델 확보 등 정상화 시동

1년 가까이 끌어온 임단협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그간 르노삼성이 입은 유무형적 피해는 막대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파업에 따른 생산과 판매 손실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최근까지 총 62차례에 걸쳐 250시간의 파업을 이어왔다. 회사 측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3일간 부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회사 측이 추정하는 파업 손실액은 2800억원에 이른다. 

장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판매량도 급감했다. 지난달 기준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은 61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7545대로 53.4% 급감했다. 생산 물량 상당수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 수출 부진이 직격탄이었다. 

르노삼성의 협력사가 밀집한 부산지역 경제도 된서리를 맞았다.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매출이 지역 경제 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다. 수출의 경우 기여도가 2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직간접 고용 인원도 9000명을 상회한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르노삼성) 생산 물량 감소로 협력사들의 생산도 위축돼 근로시간 감소와 급여 축소 등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르노 관련 업체 취업 기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조기 정상화에 매진할 방침이다. 최우선 과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후속 모델 확보다. 부산 공장 생산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로그의 위탁 생산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데다, 파업 등에 따른 여파로 닛산 측이 이미 올해 예정된 생산량을 종전 10만대에서 6만대로 감축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후속 모델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은 내년 출시 예정인 XM3 등의 물량 배정을 본사에 요구하고 있지만 부산공장이 파업으로 내홍에 시달리는 사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이사 사장은 물량 확보를 위해 본사와 꾸준한 소통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차 출시를 통한 분위기 반전도 필요하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경쟁사들이 연이어 신차를 통한 내수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과 다소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작은 지난 3월 말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세계 최초 크로스오버 SUV 모델 XM3다. 이와 관련 시뇨라 사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에서 열린 행사에서 "현재 XM3 개발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구체적인 파이널 체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QM6 LPG 모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부터 AMI태평양 지역 본부로 소속이 변경된 점이 재도약에 발판이 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시뇨라 사장은 "전세계 사람들의 절반이 살고 있는 AMI태평양 지역 본부로 소속이 변경됐다는 것은 거대한 시장의 일원으로 수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자생적인 노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이어 "르노삼성은 새로운 지역 본부 개편을 통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세간의 우려와 달리 그룹 내에서의 중요도가 더 커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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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