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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부 분열을 외부 전쟁으로
미국, 내부 분열을 외부 전쟁으로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22.01.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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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는 내부의 적을 지정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체제 전복자, 폭도, ‘외국 요원’(러시아에서 푸틴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수많은 조직과 개인을 지칭하는 용어-역주)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 정치 지도자가 외부의 적을 지정하고 그 적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꽤 유용한 방법이기는 하다. 국가의 이익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을 맹렬히 탄압한 것과 미국과 나토에 안전 보장을 요구하면서 초강수 압박을 가한 것, 이 두 가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추락한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외교적 대결을 이용하는 정치 지도자로는, 조 바이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는 바이든은 크렘린궁의 주인에 필적할 만하다. 미국 언론은 “민주적인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이 세운 억압적인 국가에 전략적 위험이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민주화 세력을 부추길 수 있다”(1)라는 분석을 내렸으며, 프랑스 언론은 이런 분석을 즉각 수용했다. 

그러나 두 주요 야당의 지도자가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가난하고 부패한 우크라이나에 자유의 바람이 불어온다고 해서, 크렘린이 공포에 떨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터키의 군사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가 시민의 자유를 적극 수호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장광설, 군비 증강, 엄청난 국방예산(2)... 서로 비난하기 바쁘고 내전에 버금가는 충돌을 보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의원들을 결집시키기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마저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평화를 수호하려면, 먼저 국내에서 작은 평화를 이뤄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러시아에 대한 저항은 미국 상원에서 진보와 보수 양쪽을 결집시킨다.(3) 요컨대, 모스크바와의 갈등은 미국 내 정치적 증오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대통령직 수행, 두 차례의 하원 탄핵, 러시아게이트 의혹, 국회의사당 습격, 부정 선거 또는 투표 조작 비난은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교훈을 전파하고자 하는 워싱턴의 권위를 약화시켰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 대한 자신의 예언이 빗나갔음을 인정하면서, “당시 내가 과소평가했던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부패 가능성이다”(4)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쿠야마는 미국의 내부 분열로 서구의 지정학적 힘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우리는 한국, 베트남, 걸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에 휘말렸던 미국의 국가적 단합을 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미국이 지금의 내부 분열의 돌파구로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김루시아
번역위원


(1) <The Wall Street Journal>, 2022년 1월 21일. 
(2) 2021년 12월 7일, 미국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예산보다 250억 달러가 많은, 7,78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이 담긴 국방수권법안(NDAA)을 찬성 363표, 반대 70표로 통과시켰다.
(3) Walter Russell Mead, ‘How to halt Putin’s Ukraine push’, <The Wall Street Journal>, 2022년 1월 18일.
(4) Francis Fukuyama, ‘What the world saw that day’, <The New York Times>, 2002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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