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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없는 보우소나리즘은 가능하다!
보우소나루 없는 보우소나리즘은 가능하다!
  • 안 비냐 l 기자
  • 승인 2023.03.3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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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귀환과 쿠데타 시도

1월 8일,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대법원(STF)이 습격을 당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언론이나 대기업, 정치인들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시위대의 용기는 군사력을 집결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쿠데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번 사건은 ‘보우소나루 없는 보우소나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거의 기성품’ 시리즈 중 <농담>, 2013 - 줄리우 빌라니

브라질리아의 연방대법원 건물 앞 광장. 지난 1월 8일 일요일, 이곳에서 휘날리던 50m 이상 높이의 브라질 국기가 유리 파편과 최루탄 가스통들 속에서 크게 훼손됐다.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1월 10일 화요일 경찰과학수사대는 연방대법원 건물 곳곳에서 지문을 채취했으며, 수사관은 보안요원들을 심문했다. 1월 8일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연방대법원을 습격한 날이다.

 

2023년 1월 1일, ‘룰라’의 귀환

브라질 경찰과학수사대 수사관들이 비공개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3권 광장과 맞닿은 연방대법원 건물 3개가 분노에 찬 시위대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대선을 주관하는 브라질 최고 사법기관을 향한 시위대의 분노는, 대선 결과를 시인하지 못하는 보우소나루의 분노와 같았다. “전 대통령은 형법상 명시된 범죄인 쿠데타와 반민주주의적 행위를 저질렀으므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마리아 페르난데스 법학과 교수는 말했다. 그는 “4년 전부터 보우소나루의 측근을 자처하며 그의 발언과 위협을 복제했던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1월 13일 금요일, 알렉상드르 데 모라에스 연방대법원장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1월 8일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검찰청(PGR)이 조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보우소나루에게는 적대적인 일간지 <오 글로부(O Globo)>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보우소나루는 정부 기관의 결정을 무시하고 지지자들에게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는 등 평균 23일 주기로 국가권력을 위협하는 행위를 해왔다.(1) 법원이 이번 쿠데타의 주동자를 찾아내기 전에도, 1월 11일 기준 1,159명의 극우파 활동가들이 브라질리아의 교도소 두 곳에 구금돼 있었다. 그중 209명은 1월 8일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했을 때 현장에서 체포됐다. 도주한 이들도 상당수다.

브라질정보국(ABIN)은, 1월 7일에 3,900여 명이 버스 156대를 나눠 타고 브라질리아에 도착해 브라질 최대의 보우소나루 캠프에 합류했다고 브라질리아의 치안 당국에 알렸었다. 이 캠프는 10월 30일부터 군 본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군 관계자들을 포섭해 좌파의 재집권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고, 그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1월 1일 자로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애국주의자들은 브라질리아로”

그로부터 6일이 흘렀다. SNS를 중심으로 “애국주의자들은 브라질리아로”라는 공지가 확산됐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에는 “브라질에 공산주의가 들어서는 것과 부패를 막기 위해 1월 8일 대규모 국가 시위를 일으키자”라는 계획이 공유됐다. “우리는 군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바다. 이를 위해 우리는 3권 광장과 광장 인근 건물들을 점유하고, 모든 정유공장을 폐쇄할 것이다. 또한 도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모든 산업활동을 막을 것이며, 모든 종류의 세금징수를 중단시킬 것이다.” 브라질리아에서 시작해 브라질 전역으로 시위를 확산시킨다는 전략이었다.

보우소나루 캠프가 과격한 행동을 저지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12월 12일에 연방대법원이 룰라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는 공식 인증서를 발행하자, 시위대는 브라질리아 곳곳에서 버스와 자동차들을 불태웠다. 12월 22일에 경찰은 브라질리아 공항 근처에 주차돼 있던 액체 운반차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했다. 용의자로 체포된 조지 워싱턴 데 올리베이라 사우사(54세)는 이번 테러를 계획한 주체는 보우소나루 캠프로, 테러를 일으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다음 공공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군의 개입을 유도하려 했다고 경찰 측에 설명했다.

결선 투표가 끝날 무렵부터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브라질 전역 10여 개 군 관련 건물 앞에 진을 쳤다. 많은 브라질 국민들은 이 광경을 보며, 룰라 정부가 이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플라비우 디누 신임 법무부 장관도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이들을 “테러리스트의 인큐베이터”로 지칭하며 해산시키려 했다.(2) 그러나 군과 가까운 호세 무시우 몬테이루 국방부 장관은 이를 “민주적 시위”라며 감쌌다.(3) 그는 반정부 세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군에서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말에 룰라 대통령은, 10월 말 대선 결선 투표 이후 4만 3,000명이던 ‘캠프 활동가들’이 약 5,000명까지 줄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룰라는 그들이 공격을 개시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시위대가 3권 광장을 점유한 바로 다음 날, 모든 보우소나루 캠프가 철거됐다.

 

“룰라는 공산주의 국가를 만들 거에요”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브라질리아 캠프는 3권 광장에서 상당한 면적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 캠프에는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 ‘인플루언서’ 전용 공간, 연설 무대, 수천 명의 ‘애국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우리는 비비안 M.의 안내로 12월 중순에 이곳을 방문했다. 캠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다만 언론 관계자는 예외였는데, 특히 ‘프랑스 기자’는 출입금지 대상이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마존 개발 정책 이후 아마존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마존 삼림에 국제적 지위를 부여하자”라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4) 우리는 캠프에 입장하기 위해 관광객 행세를 해야 했다. 이번 시위에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방문한 척했다.

비비안은 주방에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다. 쾌활한 인상의 그녀는 캠프에서 주방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마침 제가 실직 상태였을 때, 캠프에서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 제안을 누가 했을까? 비비안은 보우소나루 지지자임은 밝혔으나, 제안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월급은 받을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하루에 무려 12시간을 무료봉사한다고? 게다가 비비안은 고향에서 자신의 두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월급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비비안은 커다란 물탱크 뒤에서 발전기로 가동되는 10여 개의 냉장고에 식료품을 수납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리즘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룰라가 대통령이 된다면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처럼 될 거에요. 공산주의가 뿌리내릴 것이고, 우리 돈은 모두 쿠바로 넘어가겠죠.” 한 뭉치의 소시지를 꺼내면서 비비안이 말했다. 이 식자재들은 모두 트럭으로 이곳에 운반된다. 어디에서? 누가 보냈을까? 비비안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포장을 열기 전에는 어떤 식자재가 오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날 받는 식자재에 맞춰서 메뉴를 결정해요. 뭐가 올지도 알 수 없거든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비비안이 우리에게 모른다고 했던, 식자재의 공급 주체는 끝내 미지수로 남았다.

 

보우소나루 캠프의 ‘물주’는 누구인가?

 

<기상천외한 정리(定理)>, 2013 - 줄리우 빌라니

우리가 보우소나루 캠프를 방문한 지 1개월이 흐른 1월 중순, 캠프의 ‘물주’에 대해 대략 밝혀졌다. 연방경찰의 수사 결과, 100여 개의 기업이 보우소나루 캠프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 기업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에게 1월 8일 시위를 위해 브라질리아로 이동하는 버스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들의 명칭까지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 기업들의 업종이 농업 및 관련 산업, 운송업, 건설업 분야이며 대다수가 파라나 주, 마투그로수두술 주, 상파울루 주에 속해있다고 밝혔다. 이 3개 주의 공통점은 보우소나루의 측근이 주지사로 당선됐다는 것이다.

또한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재임 시절, 10여 개의 공공계약을 낙찰받은 기업(Construtora Meirelles Mascarenhas)의 소유주 알리손 오메스 마스카렌하스를 비롯해 해당 기업의 간부들이 1월 8일 시위에 참여한 사실도 알려졌다. 시위 현장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시위대에게 “국회로 진입하라”고 외치던 엔지니어가 현재는 석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300여 농업 관련 기업들이 포함된 ‘초록 노랑 브라질(Brasil verde et amarelo)’ 운동을 이끄는 콩 생산업자 안토니우 갈반이 회원들에게 “1월 8일, 브라질리아로 가자”라고 선동한 정황도 드러났다.

10월 말부터 1월 9일까지 캠프 앞에서 그리고 군 관련 건물의 울타리 앞에서, ‘애국자들’은 브라질 국기를 흔들며 ‘군에 SOS를’ 요청했다. 그들은 2022년 10월 대선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다고 믿고 있었으나, 그 믿음에는 분명한 근거가 없었다. 주로 “좌파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 “표를 매수했다” 등 허무맹랑한 소문들에 기반한 믿음이었다. 보우소나루 지지 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번쩍거리는 자동차들이 주기적으로 보우소나루 캠프 주변을 돌면서 경적을 울려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관공서의 고용률이 40%로 낮은 편인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보우소나루에게 과반수가 표를 던졌다. 이 지역 대선 결선 투표에서 룰라의 득표율은 41.19%, 보우소나루의 득표율은 58.81%였다. 

 

“룰라를 감옥에 보내지 않으면, 군 개입도 불사하겠다”

10월 30일에 투표를 하러 온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자동차 지붕을 브라질 국기로 덮거나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구성된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을 걸치는 등 보우소나리즘의 다채로운 상징물을 과시했다. 언론의 질문에 대다수가 흔쾌히 답했다. 그들은 “노동자당(PT)의 부패”를 비판하며, 좌파의 집권은 룰라(2003~2010)와 지우마 호세프(2011~2016)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팬데믹 관리 실패, 민주주의 공격에 대해 묻자, (당연히) 답변을 얼버무렸다. “진정한 위협은 노동자당의 재집권입니다.” 경제부 소속 공무원 세르지우 다빌라가 말했다. “보우소나루가 했던 위협은 단순한 말실수였습니다. 그렇지만 룰라는 다시 쿠바 같은 국가에 자금을 제공할 것입니다. 브라질 국민은 이런 정책에서 얻을 것이 전혀 없습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발언들에 대해, 연방직할구의 노동자당 의원 에리카 코케이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놀랍게도,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넉넉한 급여를 받는 수도 브라질리아의 공무원들 사이에서 높습니다. 그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한다 해도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애국주의자’ 캠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공무원들은 드물었다. 한편, 군인 가족들은 보우소나루 캠프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정기적으로 캠프를 방문했고, 특히 에두아르두 빌라스 보아스 장군의 부인은 귀빈 대접을 받았다. 육군 참모총장까지 지낸 보아스 장군은 보우소나루의 최측근이다. 그는 2018년 4월, “룰라에게 판사가 징역형을 내리지 않는다면, 군의 개입도 불사하겠다”라며 연방대법원을 협박하는 트윗까지 작성했다.(5) 군 관계자의 잦은 캠프 방문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이는 3권 광장이 공격을 당한 1월 8일 저녁, 캠프가 자진 철거를 거부했던 이유 중 하나다. 캠프는 다음날인 1월 9일 오전에야 철거됐다. 쿠데타 용의자들에게 도피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시위대의 대통령궁 침입, 부서진 문은 없었다

치안 당국과 보우소나루 캠프 활동가들 간의 은밀한 유착관계는, 수많은 영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 유착관계 덕분에, 극우파 활동가들은 손쉽게 정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두 시간 넘게 약탈을 자행할 수 있었다. 어떤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진입한 가운데, 의회 건물 밖에서 경찰과 군인, 시위 참여자들이 화기애애하게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건물 내부가 보이는데, 경찰이 일렬로 서서 기물 파손 중인 시위대에게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 시위대 행렬은 국회 본회의장과 연결된 기자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플라날토 궁, 즉 대통령궁 내부를 찍은 영상 속에 있었다. 헌병대(PM, 치안 담당)가 폭동 세력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군사령관이 막아서는 모습이었다. 대통령궁 내부를 찍은 CCTV 영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는 모든 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1월 1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룰라 대통령이 말했다. “제가 본 영상들은 시위대, 헌병대, 군 간의 공모 관계를 이미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플라날토 궁의 문을 누군가가 열어줬다고 확신합니다. 부서진 문이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6)

안전문제 전문 NGO FBSP(Fórum Brasilieiro da Segurança Pública, 브라질공공안전포럼)의 대표 레나투 세르지우 데 리마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안보 기관들과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간에는 상당히 강한 유착관계가 있습니다. 이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FBSP는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SNS 활동에 참여한 경찰 수가 2020~2021년 27%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7) 치안 당국 구성원의 1/3 이상이 SNS를 사용하며, 그들 중 21%가 가장 과격한 페이지에 가입한 상태다.

40만 명 이상의 경찰이 포함된 헌병대의 경우 51%가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단체를 팔로우하며, 그들 중 30%는 과격한 성향의 계정을 팔로우한다. 1만 3,000명이 소속된 연방고속도로경찰(PRF)은 보우소나리즘의 또 다른 진원지다. “4년 만에 PRF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종속됐습니다.” 세르지우 데 리마가 설명했다. “PRF는 선거 당일, 북동부 지역의 룰라 지지자들의 투표를 막으려고 도로 봉쇄까지 했습니다. 2022년에는 헌병대와 함께 도시 빈민가의 철거도 했습니다. 그것은 PRF의 활동영역이 아닌데도 말이죠.”

 

“장관이 미셸 푸코를 영입하려 했다”

2023년 1월 12일 <글로부뉴스(Globo news)>와의 인터뷰에서, 플라비우 비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치안 당국이 과격화하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3권 광장을 공격하고 며칠 뒤, 비누 장관은 전문가들을 초대해 이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극우파는 이 일에 대해 각종 가짜뉴스를 생산해냈다. 그것들 중에는, “비누 장관이 철학자 미셸 푸코를 영입하려 했다”라는 것도 있었다. 이에 비누 장관은 2023년 1월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반박했다. “제게는, 1984년에 사망한 사람을 소환할 능력은 없습니다.”

음모론은 최근 몇 개월 사이, 특히 보우소나루 진영에서 많이 생산됐다. 여러 토론 그룹들이 주로 텔레그램 앱을 통해 온갖 음모론을 퍼뜨렸고, 이는 브라질 전역에서 수백만 번 조회되고 복제됐다.

12월 30일 보우소나루가 차기 대통령에게 대통령 휘장을 넘겨주기 싫어서 미국으로 도망갔을 때도,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그에게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보우소나루는 부통령에게 업무를 일임한 상태입니다. 모우라우 부통령은 오늘 저녁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군의 개입을 선포할 것입니다.” 브라질리아에 살며, 매일 저녁 보우소나루 캠프에 출근 도장을 찍는 퇴직자 마르셀루 P.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까지 부통령은 그 무엇도 선포하지 않았다. 오히려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병영 앞에 설치된 보우소나루 캠프를 비판했다. 결국 SNS상에서 모우라우 부통령은 대통령과 군을 버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보우소나루가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은 보우소나루의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가들에 의해 이렇게 해석됐다. 구독자 5만 5,000명의 텔레그램 채널 ‘바빌론의 몰락’을 운영하는 아마 프리실라 시우바 제 아제베두는 “전쟁의 시작. 그(보우소나루)가 건전지 앞에 멈춰 선 모습을 다들 보셨나요?”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서 보우소나루는 계산대 앞의 진열대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램프와 라디오에 넣을 건전지를 비축해두라고 암시하는 것입니다!” 2022년 12월 27일 시우바 데 아제베두는 텔레그램에 이렇게 썼다. 그러던 그녀가 1월 10일에 구속되자 여러 가지 말이 돌았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그녀가 설사 대통령궁에서 체포됐을지라도 군은 그녀를 보호하고 탈출까지 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일 뒤에 그녀는 브라질에서 60km 떨어진 곳에서 체포됐고 현재 수감 중이다. 

 

자유, 보수, 종교를 뒤섞는 극우파의 설득법

그러나 이런 음모론들에 국한해, 보우소나리즘을 희화화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아마루 마르틴은 분개했다. 그는 “보수주의 운동이 사라질까봐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군의 개입이 왜 필요한 거죠? 저는 단 한 번도 그에 동의했던 적이 없습니다.” 마르틴은 리우데자네이루 도심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음울한 분위기의 교외 지역에 산다. 그는 지난 10월, 우리를 그의 매우 소박한 집으로 초대했다. 그 집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물건은, 거실 정중앙을 차지한 텔레비전이었다. 일요일, 마르틴은 아내와 예배를 마치고 막 집으로 돌아온 터였다. 그는 42세로, 캄푸그란지시에서 작은 가게를 두 개 운영했고, 그의 아내는 집에서 미용 일을 했다. 식사를 준비하면서 마르틴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2014년에 이곳의 한 시장에서 보우소나루를 만났습니다. 총선 대비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보우소나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그랬듯이 마르틴도 그해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동자당이 집권하고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3년 6월에 브라질은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공공 서비스의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시위대는 곧 극우파 세력에 흡수됐다. 시위대의 본래 요구는 사라지고, 이제 타겟은 당시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와 좌파의 부정부패로 변경됐다. 2013년 6월 20일, 이미 시위대는 “노동자당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브라질리아의 의회와 외교부를 습격했다. 

“저는 정치를 인터넷에서 배웠습니다. 유튜브 강의를 보면서요.” 마르틴은 말했다. 15세에 세례를 받은 침례교회 신자, 마르틴은 휴대폰에서 <Terça Livre> 채널을 보여줬다. 2014년에 개설된, 블로거 알란 두스 산투스가 진행하는 채널이다. 두스 산투스는 “반민주주의적인 행위를 조장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정부를 공격”한 혐의로 2021년에 데 모라에스 대법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보우소나루 일가와 그의 측근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도피했다. Terça Livre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은 법원에 의해 사용이 중지됐지만, 공식 사이트에는 공산주의, 나치즘, 정보 전쟁, 좌파의 가톨릭교회 침투 등 광범위한 주제를 ‘교육’하는 유료 강의가 여전히 올라와 있다. 

“저는 거기서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를 배웠고, 잘은 몰라도 제가 보수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아동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고,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좌파도 언제나 이야기하는 성 이데올로기에도 반대합니다.” 마르틴이 말했다. “알면 알수록, 공산주의는 나쁘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습니다. 노동자당은 부자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지만, 고용을 창출해서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이들은 부자들입니다. 좌파는 세금만 많이 걷어가서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좌파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이용만 합니다.”

역사학자이자 주이즈데포라 연방대학교(UFJF)의 극우파 연구소 교수인 오딜론 칼데이라 네투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유주의와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를 교묘하게 섞어놓는 것은 언제나 브라질 극우파의 주된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이것을 수백만 명의 브라질 국민을 설득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 없이도 강력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

레나투 O.는 정확한 이름을 언론에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한 유리 브랜드를 운영 중인 대표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우리의 요청을 수락해 12월 초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매주 주말마다 리우데자네이루 북쪽 미나스제라이스주의 주도인 벨루오리존치의 보우소나루 캠프에 간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선수복을 입고 “다른 애국자들”과 함께 인도 위에 자리를 잡는다. 날씨가 좋았던 지난 일요일에는 500명 가까이 모였다. 레나투는 이 운동에서 ‘애국심’이 가장 좋다고 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이 위대한 국가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우리 안의 애국심을 일깨워준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브라질이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위대한 국가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레나투는 보우소나루가 희생자라는 뉘앙스로 말을 이어갔다. “연방대법원, 의회 등 모두 보우소나루를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보우소나루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마련해준 군까지 그를 버렸고요. 이제 보우소나루는 만인의 적이 됐습니다.” 보우소나루를 여전히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들, ‘애국자들’ 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나투는 아직 전투태세를 갖추지 못했지만 필요하다면 그럴 용의가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선택지가 별로 없을 것이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할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를 2주 전, 레나투는 서늘한 어조로 말했다. 1월 10일, 우리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나투는 브라질리아에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무척 화가 나 “보우소나루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좌파 간첩이 우리 운동을 분열시키기 위해 이런 대혼란을 일으켰다”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그 ‘애국자들’에게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워했다.

같은 날, 연방 정부의 개입을 이끌고 브라질리아의 치안을 바로잡을 인물로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지명된 리카르두 카펠리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온 이들, 전투와 전략의 개념을 이해하는 이들, 날아든 유탄과 물건을 회수해 상대에게 되던질 능력을 보유한 자들을 상대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밝혀내야만 합니다. 누가 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준비를 시켰으며 이런 공격을 기획했는지를 말입니다.” 이제까지 정부가 개입한 건 1월 8일 룰라의 명령에 따라 연방직할구 시위대를 진압했을 때가 유일했다. 최근에 룰라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에게 자금과 무력을 제공한 배후를 밝혀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했다. 

보우소나루로부터 시작된 보우소나리즘은, 이제 보우소나루 없이도 브라질 정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기 때문이다. 

 

 

글·안 비냐 Anne Vigna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Bernardo Mello et Marlen Couto, ‘Investigado por incitar atos golpistas, Bolsonaro fez um ataque grave à democracia a cada 23 dias’, <O Globo>, São Paulo, 2023년 1월 15일.
(2) <Globonews>와의 인터뷰, 2022년 12월 26일.
(3) Déclaration lors de sa prise de fonctions 취임식 연설, 2023년 1월 2일.
(4) Renaud Lambert, ‘Main basse sur l’Amazonie(한국어판 제목: 나비족을 자처한 아마존 지역의 약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0월호, 한국어판 2019년 11월호.
(5) Perry Anderson, ‘Au Brésil, les arcanes d’un coup d’État judiciaire(한국어판 제목: 브라질 부패스캔들의 진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9월호.
(6) Cézar Feitoza et Catia Seabra, ‘Lula não vai perdoar ataques golpistas e investigações vão até o fim, diz Múcio’, <Folha de S. Paulo>, 22 janvier 2023.
(7) ‘Política entre os policias militares, civis et federais do Brasil’, Fórum Brasilieiro da Segurança Pública 브라질공공안전포럼, 2021년 8월, https://forumseguranca.or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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