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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끝없는 외우내환 '황창규 책임론'
KT 끝없는 외우내환 '황창규 책임론'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1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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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로비에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KT새노조 "불법행위 바로잡고 물러나라"
황창규 KT 회장. 사진/뉴스1
황창규 KT 회장. 사진/뉴스1

"황창규 KT 회장은 어제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여전히 KT를 국민기업이라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불법 행위를 바로잡고 물러나야 한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1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KT 위장도급 및 어용노조 설립 사건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KT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불법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KT를 이끄는 황 회장은 청문회 자리에서 어떤 대답도 속시원하게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KT새노조, '부당노동행위 의혹' 검찰 고발

이날 KT새노조는 KT MOS와 관련된 KT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 황 회장과 노무관리 책임자 등 4인을 고발했다. KT MOS는 무선망 유지보수 담당 계열사다. KT새노조는 KT가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MOS는 계열사 편입 이전에 KT로부터 업무를 도급받아 운영하던 7개 MOS 법인이었는데,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KT 측이 어용노조 설립을 지시했다는 것. 

오 위원장은 "KT MOS가 KT 계열사로 편입되기 전, 7개 MOS 법인은 정상적인 업무 위탁이 아니라 KT의 일개 부서처럼 관리되는 전형적인 위장도급 형태였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법파견근로를 강요당했다"며 "사실상 KT의 지배 아래 노동을 했으나 형식상 위장도급 업체 노동자로 소속돼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문제가 드러날까 우려했던 KT 측은 무리하게 법인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반발을 봉쇄하려 각 7개 법인에 어용노조 설립을 지시했다"며 "노조 설립 과정을 직접 보고받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안티 직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지적했다.

KT가 KT MOS와 관련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KT 청문회에서도 논란에 오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하며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이 모든 과정에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KT 청문회 과정에서 황 회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으나, 불법노무관리는 황 회장의 지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KT의 퇴직 임원을 MOS 법인으로 발령내고 어용노조 설립을 주도한 조모 팀장이 KT MOS 노무관리 업무를 하도록 전출시킬 수 있는 사람은 황 회장이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는 1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KT 위장도급 및 어용노조 설립 사건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KT새노조는 1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KT 위장도급 및 어용노조 설립 사건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거듭된 CEO 리스크에 '황창규 책임론'

KT를 둘러싼 악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겹치면서, 황 회장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일어난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는 물론이고, 최근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며 이미 황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들끓는 분위기였다. 전임 회장 시기에 벌어진 채용비리 의혹도 KT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각종 의혹 탓에 KT가 '민영화 된 공기업'의 부정적 사례로 자리잡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 세금으로 출발한 기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데, 낙하산으로 들어온 전현직 CEO들이 외부 청탁과 정치적 줄타기를 반복하며 기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T새노조가 "황 회장은 KT가 국민기업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는데, 국민기업이 할 일이 이런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이석채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 낙하산으로 논란에 올랐고, 현직 CEO인 황 회장 역시 박근혜정부 낙하산으로 분류돼 2017년 '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날 KT 청문회에서도 황 회장의 경영 실책과 CEO 리스크에 대한 질책이 잇따랐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기업 CEO라면 그에 맞는 책임과 철학을 갖고 경영해야 하는데 황 회장께서는 본인을 재벌 총수로 착각하고 KT를 사기업화하려는 황제 경영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또 "황 회장 취임이후 8000명이 넘는 인력구조조정을 했고, 그 다음부터 흑자를 내게 됐다"며 "황 회장은 6년 동안 120억원에 가까운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갔는데, 2015년부터 2조원에 가까운 인건비를 절감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노조가 제기하는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KT는 지난 12일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현직 회장의 퇴임을 일찌감치 못박았다. 하지만 오히려 황 회장 체제 아래 '후계자 만들기' 작업이라는 추측이 적지 않았다. 전날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계자를 뽑아 2기 체제를 운영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며 "이런 것 하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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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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