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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의 ‘민주주의 동맹국’
바이든 시대의 ‘민주주의 동맹국’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20.12.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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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은 생 실베스트르 축일(제야의 밤)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일찌감치 새해소망을 담은 신년 연하장을 보냈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라스무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자마자 실행해야 할 몇 가지 임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2021년, 미국과 그 동맹은 한 세대에 단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을 중대한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러시아, 중국 등 독재국가에 맞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 경향을 되돌릴 기회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결해야만 한다.”(1) 사실 한 세대 전에도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미 단결한 적이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점령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이번에는 그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어떤 적부터 공격해야 하는가? 차기 미 정부는 민주주의를 위한 십자군 전쟁에 ‘선봉’을 맡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20년 11월 24일,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 이제 미국은 세계를 선도할 준비가 됐다”라고 선포했다. 그런 만큼 미국의 위성국가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오늘날 미국은 내부적으로 아직 최고의 주적이 누구인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결코 세계 지정학 때문이 아니다. 모든 게 내부 분열 탓이다. 먼저 민주당은 최고의 적으로 러시아를 지목한다.

지난 4년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모든 길은 푸틴에게로 통한다”라는 구호를 줄기차게 외쳐왔다. 이에 질세라 공화당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흡사 유치원 아이들이 떼로 몸싸움을 벌이듯 ‘베이징 바이든’이라는 구호를 맞받아치고 있다. 공화당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 신임 대통령의 차남이 중국에서 투자사업을 벌여왔다. 민주당이 잘못 자초한 세계화는 중국의 배만 불려줬다. CQFD(이하 증명 끝) 

12월 10일,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와는 상대가 안 되는 훨씬 더 위험한 적임을 강조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본인 역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폼페이오는 웃음기를 싹 뺀 심각한 얼굴로 사생활 보호 문제를 거론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우리 모두를 감시하고 있다”라고 전 세계에 경고했다. 

그러면서 매년 중국이 유학생 40만 명을 미국에 보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산업계와 과학계의 정보를 빼돌리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 대학 내에도 “많은 인사들이 중국에 매수”된 상태고, 중국 기업 화웨이가 파는 제품에 대해 “모든 사용자가 중국 정보시스템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줄줄이 펼쳐놓았다.(2) 이는 앞으로 공화당이 바이든을 상대로 지겹게 반복하게 될 유행가 가사다. 아마 이 지겨운 노래가 민주당이 트럼프를 상대로 지난 4년간 광적으로 매달려온 반(反)러시아 편집증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중국해, 대만, 위구르족의 운명, 홍콩 등의 사안은 모두 차기 행정부가 반중국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라스무센이 적어도 한 가지는 정확히 봤다. “현재 근심에 찬 수많은 동맹국이 문밖에서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정신적으로 불안한 강대국이 동맹들을 통솔하는 것이라면, 결국 조속한 시일 내에 동맹들이 평온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뒤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 자리에 올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해 왔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Anders Fogh Rasmussen, ‘A new way to lead the free world’, <The Wall Street Journal>, 뉴욕, 2020년 12월 16일.
(2) Michael R. Pompeo, ‘The Chinese Communist Party on the American campus’, 조지아공대 연설, 애틀랜타, 2020년 12월 9일, www.state.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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