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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끝없는 전쟁
지정학, 끝없는 전쟁
  • 필립 레마리 | 러시아·동유럽학 교수
  • 승인 2021.07.30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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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여러 도서들 중 『전쟁 중인 세계』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시리즈마지막 편은 1945년에서 현재까지의 ‘국경 없는 전쟁’을 다룬다.(1) 여러 저자가 집필한 이 책은 핵무기로 일어난 정세 변화부터 다룬다. 그러나 북반구에 존재하는 위험한 ‘공포의 균형’은 구제국의 발자취, 탈식민지 전쟁, 심각한 내전, 국가들 간 분쟁을 막지 못했다. 소련 연방의 해체로 이 같은 ‘냉전’은 종식된다. 그러나 ‘냉전’이란 용어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서구 강대국들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에서 소위 ‘정의로운 전쟁’을 벌일 때 심각한 분쟁이 새롭게 일어난다. 예고 없이 벌어지는 전쟁과 다양한 적, 문명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이 모든 현상 뒤에는 사이버 공간, 해저 혹은 통신까지 범위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대립영역,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이라는 배경이 있다. 특히 알고리즘으로 조종되는 5세대 무기는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제법(생화학 무기 금지, 대인지뢰 금지), 제네바협약 규정, 국제형사재판소 설립(1998년)에 힘입어 여러 국가들이 경계구역 내의 무장분쟁을 억제하고 과도한 공동피해를 피하기 위해 힘썼다. 그리고 기술을 통해 여러 국가들은 가능한 ‘외과적인’ 방식을 택하며 개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이드 미나시앙은 20세기 넘게 이어진 분쟁을 야심차게 개괄한 저서 『아직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2)에서 다소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미 프러시아의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했듯, ‘승리’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카멜레온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승리도, 패배도 없이 계속되는 분쟁(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헬)을 보면 ‘안개처럼 모호한 승리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대규모 치열한 공격을 통해 맛 본 결정적인 승리를 숭배하며 자신만만한 약속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승리의 숭배는 통하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은 정치적인 정체와 군사적인 정체를 불러왔다. 그리고 이런 전쟁에 대한 여론의 찬반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승리’의 개념도 모호하다. 프랑스는 2013년 말리에서 패한 ­것인가? 미국 주도의 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한 것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 앞에서 선뜻 대답하지 못해 주저한다.’ 올리비에 자젝이 『군사학교의 전략 조약』(3)에서 이같이 인정한다. 그러면서 올리비에 자젝은 그 어떤 승리도 얻지 못하면 ‘영구적이고 확산적이며 시간의 한계가 없는 위험이 도사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제2권(4)에서 나타난 예시가 보여주듯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 의심스러운 행위가 될 수도 있다. 1940년에 프랑스 공군은 ‘수천 번이고 승리’한다고 내세우지 않았는가? 

이에 제동을 걸듯 제3제국 나치 독일 치하에서 ‘기갑부대의 아버지’로 통하던 하인즈 구데리안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불행은 맹렬한 승리였다. 맹렬한 승리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하인즈 구데리안 장군의 이 말은 니콜라 르낭 장군이 펴낸 『전쟁 너머의 작은 회고록』(5)에서 인용했다. 유명한 전략가들 사이에 세기를 넘나드는 대화형식의 책이다. 

 

 

글·필립 레마리 Philippe Leymari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Hervé Drevillon, 『Mondes en guerre, Tome IV. Guerre sans frontières, 1945 à nos jours 전쟁 중인 세계, 시리즈 4권 ‘국경 없는 전쟁’, 1945년에서 현재까지』, Passés composés, Paris, 2021.
(2) Gaïdz Minassian, 『Les sentiers de la victoire 승리의 오솔길』, Passés composés, Paris, 2020.
(3) Martin Motte, Georges-Henri Soutou, Jérôme de Lespinois, Olivier Zajec, 『La mesure de la force – Traité de stratégie de l'École de guerre 힘의 측정 - 군사학교의 전략 조약』, Taillandier, Paris, 2021.
(4) Jean Lopez et Olivier Wieviorka(총괄), 『Mythes de la Deuxième guerre mondiale 제2차 세계대전의 신화』, Perrin, Paris, 2021.
(5)  Nicolas Le Nen,『Petites mémoires d'outre-guerre 전쟁 너머의 회고록』, Éditions du Rocher, Monaco,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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