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세계의 눈으로 본 한국대선"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 리뷰
"세계의 눈으로 본 한국대선"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 리뷰
  • 김유라 기자, 정은아 인턴
  • 승인 2022.02.04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반도에 쏠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부동산, 양성평등, 기본소득까지.. 각종 난제들이 산적한 형국에 승기를 거머쥘 자는 누구일까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는 격동하는 한국대선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풀이했습니다.

 

 

 

한국 대선, 세계의 눈으로 보다

 

 <바위가 떨어지는 동안>, 2021 - 채지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를 원한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이미 기본소득 3개월 지급을 실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지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제도가 얼만큼의 표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니콜라 로카 기자의 ‘권력의 문턱에 선 이재명의 보편소득’ 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관심이 이재명 후보 개인보다는 기본소득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 주어진 도전과제 중 하나다.

한편, 유럽인들의 눈에도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여당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기사에 따르면 야당 윤석열 후보는 이를 반격의 기회로 잡았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 윤후보는 문대통령과 정반대의 노선을 표방한다. “무주택자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유주택자는 세금 부담 가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라고 윤후보는 말했다. 그는 250만 호의 신규 주택 공급 계획과 함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맞서는 이재명 후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현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1백만 호의 임대 주택을 짓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국토보유세 도입을 보류하며 한 발짝 물러나기도 했다.

 

정의롭게 벌기, 정의롭게 쓰기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얼마면 돼?” 드라마 <가을 동화>(2000)가 방영된 이후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배우 원빈의 대사다. 이 대사에는 돈으로 사람의 마음마저 사겠다는 자본만능주의의 기제가 깔려있다. ‘자본의 변환’ 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돈으로 ‘문화’를 구입해 자녀세대에게 물려줌으로써, 지배구조를 공고히 한다. 부르디외는 자본이 장(場)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된다고 봤다. (1) 경제자본, (2) 문화자본(혹은 교양자본), (3) ‘관계’의 사회적 채무로 이루어지는 사회자본이 해당한다. 부르디외는 경제자본이 다른 모든 자본의 근간이 되며 사회자본이나 문화자본 등은 경제자본이 변화된 형태라고 말한다. 경제자본의 공식적 승계가 어려워질수록 은밀하게 계승되는 문화 자본의 형태로의 변환이 시도되는데, 사회구조의 재생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배층은 교육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어떻게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신분 상승을 실현할 수 있을까? 가장 흔히 떠올리는 것이 바로 ‘로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직을 제비뽑기로 결정했으니, 아주 터무니없는 발상은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상을 뒤집어쓴 영국의 복권사업’ 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의 70%는 주기적으로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당첨될 확률이 4500만 분의 1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복권을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 능력주의에 대한 불만은 잭팟(jackpot)에 대한 환상을 키워주기에 충분하며 국영복권을 구매함으로써 좋은 대의에 따른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에 영국 정부가 국영복권의 수익금을 복지부분에 배정하는데 매우 인색한 현실은 퍽 아이러니하다. 복지의 요람으로 과대 치장된 영국의 이미지 아래 드러난 불편한 이 민낯은 독자들에게 적지 않게 충격을 준다.

 

권력과 교환되는 것들

 

<미래의 자연>, 2016 - 홍선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치 진입에 성공한 환경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권력을 얻은 환경론자들은 역설적으로 서민층에 무관심하고 부유층과 환경단체를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다. ‘권력의 무대에서 ’환경‘을 잊어버린 환경론자들’ 기사는 환경론자들이 대의를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설명한다. 부르디외적으로 말한다면,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 노력이 투자되며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획득된 자본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희생된 자본이 있기 마련이다. ‘변절한’ 환경론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 사회에서 정치권력 무대에 오르기 위해 무엇을 교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누구를 위해 감시되는가

 

<축제>, 1971 - 에두아르도 루이지 파올로치

 

프랑스 중고등학교의 약 2/3가 프로노트를 도입했다. 교사들은 프로노트에 대부분의 업무를 기록하고, 학부모는 이것을 통해 출결, 성적 등 자식들의 학교생활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노트에 갇힌 중등교육’ 기사에 따르면 프로노트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 최첨단 관리 시스템은 푸코의 판옵티콘과 같이 가시적이고 확인할 수 없는 권력에 의해 통제된다. 즉, 감시자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피감시자는 자신이 감시되는 중인지는 알 수 없고 언제든 감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놓여있다. 가시성의 영역에 예속되어 있는 자는 결국 자발적 통제에 들어가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프로노트에 갇힌 학생들은 판옵티콘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과 무엇이 다른걸까?

 

이밖에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는 ‘공연예술계의 후퇴하는 분노’‘영화,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등의 기사를 실어 국내외 예술계 소식을 심도있게 다뤘다. 또한 ‘모로코와 알제리, 팽팽한 힘겨루기’‘미국, 내부 분열을 외부 전쟁으로’ 등의 국제정치 기사들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패권 경쟁을 전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 목차

 

■ Editorial
세르주 알리미 | 미국, 내부 분열을 외부 전쟁으로
성일권 | ‘짬짜미’, 그들끼리의 ‘사회자본’

■ Article de couverture
피에르 수숑 | 좌파가 서민층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 Economie
피에르 랭베르 | 혼돈의 오케스트라
뤼실 르클레르 | 농지를 휩쓰는 무자비한 기업들

■ Dossier
페터 발 | 독일, 좌파의 몰락과 정치 노선 대립
마엘 마리에트 | 포데모스당이 직면한 스페인 개혁의 한계

■ Mondial
루시 엘벤 | 민주주의라는 허상을 뒤집어쓴 영국의 복권사업
브누아 브레빌 | 비둘기와 상어
조르당 푸이유 |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한 중국 스키 시장
로맹 크뤼즈 | 카리브해 프랑스령을 뒤흔든 시위대 함성
라흐다르 벤시바 외 | 모로코와 알제리, 팽팽한 힘겨루기

■ Ecologie
브누아 브레빌 외 | 권력의 무대에서 ‘환경’을 잊어버린 환경론자들
장크리스토프 세르방 | 케냐의 거대 환경업체 NRT의 실체

■ Education
뤼시 투레트 | 프로노트에 갇힌 중등교육

■ Culture
질 코스타 | 공연예술계의 후퇴하는 분노
피에르 랭베르 | 유리한 교차성
프레데리크 달레아 | 사마터(杀马特)족, ‘중국몽’의 어두운 이면
에티엔 셰르슈 | 복수란 무엇인가?
장 모리스 로셰 | 영화,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프랑수아 알베라 | 거실을 점령한 히치콕
마리나 다 실바 | 강요된 침묵은 부화되지 않은 발언
티보 크루아시 | 존 코플랜스, 육체의 카니발

■ Corée
니콜라 로카 |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니콜라 로카 | 권력의 문턱에 선 이재명의 보편소득
김민정 | 드라마 <지옥>으로 미리 보는 2022년 K-드라마의 미래
김지연 | 인류세 너머를 바라보는 미술의 상상력
2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앙토니 뷔를로 | 영웅주의에 작별을 고함
[기획] 기후변화로 새로 쓰는 24절기 
- 이상엽 | 우린 석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기획
피에르 부르디외 | 자본의 변환: 경제자본에서 문화자본, 사회자본으로
[창간 13주년 연중기획 5]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
- 유성호 | K-문학을 위하여

 

글 ㆍ김유라 기자, 정은아 인턴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