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농업과 로봇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지역 등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악동'으로 불릴 만큼 사치스럽고 기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80).
그는 2013년에 하와이 군도에서 6번째로 큰 섬인 라나이(면적 364㎢·인구 3천명)를 3억달러(약 4300억원)를 주고 통채로 샀다. 이곳은 한때 세계 최대 파인애플 생산지로서 '파인애플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래리 앨리슨은 이후 라나이 섬을 사는 비용보다 더 많은 총 5억달러(약 7200억원)를 쏟아부으며, 혁신적인 최첨단 인공지능(AI) 기반 농업 재배와 실험을 계속해왔다. 궁극적으로는 라이나섬을 글로벌 농업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시켜 '데이터 기반 건강 웰니스 연구소'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Sensei Ag)였다. 최첨단 친환경 농업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건강으로 가는 비결'까지 찾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래리 엘리슨의 혁신적인 5억달러 농업탐구는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당초 래리 엘리슨의 기본 구상은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농업과 로봇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지역 등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러나 래리 엘리슨은 초기부터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라나이섬의 강한 바람에 태양광 패널이 손상돼 상당부분 쓸모없게 되고 ,와이파이 연결이 불안정해 6개 대형 온실의 최첨단 설비 운영은 쓸모없게 돼 버렸다.
특히 이스라엘의 사막기후에 최적화된 온실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지만, 라나이 섬의 습한 기후와 맞지 않아 작물 재배도 엉망이 돼 버렸다는 평가다. 생산된 농산물의 영양분이 건강에 최적화되도록 연구하려 했으나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현재 이곳 농장에서 생산된 방울토마토와 상추 등 일부 채소가 인근 시장과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또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대마초 재배 시설도 문제가 많아 다시 철거하는 등 잦은 시행착오가 빈발해 프로젝트 추진에 힘을 잃기도 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다해도 오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농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도전한 것이 랠리 엘리슨의 실패요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래리 엘리슨은 평소 측근들에게 "라나이 섬을 인류 유산으로 남기는 게 내 꿈"이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억만장자의 인류를 위한 원대한 꿈은 이렇게 멈춰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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