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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향한 아랍 국가들의 열망
핵무기를 향한 아랍 국가들의 열망
  • 에바 티에보 | 기자
  • 승인 2022.09.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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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중동지역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서방 국가들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재개됐지만, 협상 내용은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이란에 영향을 받은 다른 중동 국가들 역시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핵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는데, 이들의 열망이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핵무기 보유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신속히 맞설 것이다.”

2018년 3월, 이렇게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MBS) 왕세자는 이웃한 라이벌 국가를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1) 몇 주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이란 핵 합의에서 미국이 탈퇴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다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란도 이에 맞서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했다.

결국 지역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예멘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핵 합의 후 7년, 중동지역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핵 기술은 이란이 앞서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도 바짝 그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국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하며 군사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NPT 조약에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을 포함한 UN 가입 국가 대부분이 서명했고, 이들 국가는 보편적 비핵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2003년 조약 탈퇴를 선언했고, 2011년 건국한 남수단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밖에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로는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중동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이 있다. 1960년대 말 중동지역 최초 핵보유국이 된 이스라엘은, 현재 프랑스의 도움으로 ‘유일한 중동지역 불법 핵무기 보유국’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 원자력 분야 안전을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인 ‘국제 핵분열성 물질에 관한 전문가 패널(IPFM)’의 마이클 슈나이더는 “이런 의혹 덕분에 이스라엘은 (비핵화)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구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3) 강대국들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실상에 대해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슈나이더는 이렇게 덧붙였다. “강대국들은, 의문을 제기해봤자 지정학적으로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적 불투명함과 국제 사회의 묵인은, 중동지역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2020년 9월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바레인, 모로코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이후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권 국가들의 관계가 정상화됐으나, 이스라엘에 자극받은 이웃 국가들은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이스라엘도 핵무기 관련 우위를 지키고자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미국의 승인이나 지원 여부에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중 습격하기도 했는데, 이는 지역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참고로, 이스라엘은 1981년에도 이라크에 건설 중이던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를 기습 폭격한 적이 있다. 10년 후, 이라크의 불법 핵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자, 핵확산금지조약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한이 늘었다. 1997년 NPT에 추가로 채택된 규약은 신고대상 활동범위를 넓히고, IAEA 조사관들이 짧은 사전예고로도 사찰할 수 있게 했다. 

 

핵 기술이라는 특권을 열망하다

물론 여전히 많은 국가가 아직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2003년 가입한 이란도 임시로만 조약을 적용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위치한 싱크 탱크 ‘에미리트 정책 연구소’의 연구원 모하마드 알즈훌에 따르면 “이란은 원래 이스라엘에 맞서고자 핵무기를 갖추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무대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란은 NPT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 국무부 고위직을 지낸 샤론 스쿼소니 조지 워싱턴대 연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조약에는 우라늄 농축도, 플루토늄 분리도 금지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민간용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우라늄을 변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쿼소니에 따르면, “어떤 국가가 충분한 양의 핵분열성 재료를 보유한다면, 핵폭탄 제작까지 6개월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이란 역시 농축 우라늄을 일정량 보유하면, 잠재적 핵 강대국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은 2015년 이란과 협정을 맺고, 이란이 군사용 핵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고,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축소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했던 마크 피노 제네바 안보정책센터 부교수는 “그런 가운데, 민간용 핵을 이용해 잠재적 강대국이 되고 필요하면 군사용으로 신속하게 전환 가능하다는 이란의 사례를 다른 국가들도 열망하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피노 교수는 핵 기술은 일종의 특권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핵 기술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이집트가 엘다바의 원자력 발전소 계획을 발표했고, 튀르키예 역시 2018년 아큐유 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는 두 신흥국가는 한정된 재원 때문에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에 발전소 개발을 맡겼다. 

알리 아흐마드 하버드 대학 연구 교수는 “러시아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로사톰은 이 프로젝트들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대신, 에너지 판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한다”라고 말했다. 에너지전문 경제학자 캐럴 나클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항상, 주로 수익을 얻는 쪽은 원자력 기술 수출 국가들이다. 이 프로젝트들에는 대개 정치·경제적 협력보다 훨씬 큰 협력이 필요한데, 프로젝트의 긴 수명에 맞추기 위해 협력내용이 수십 년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재정적 어려움이 없는 걸프만 국가들은 1990년대 말부터 민간용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고심해왔으나, 2011년, 지진으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영향을 받아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아랍에미리트(UAE)만이 민간용 원자력 개발전략을 유지하고, 총 5.6GW의 전력 생산 규모로 UAE 전력 수요의 25%를 충족할 수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를 페르시아만 연안에 건설하기로 했다. 다른 기반시설 건설과는 달리, 원전 건설은 지체 없이 진행됐다. 계획된 원자로 4기 중 2기는 벌써 가동을 시작했다. UAE 원전 건설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분야에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바라카 원전에 사고가 난다면?

2000년대 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나서서 프랑스 컨소시엄의 입찰을 지원 사격했음에도, 한국전력공사(Kepco)가 UAE 원전 건설 사업을 따냈다. Kepco는 최소비용에 신속한 완공을 보장했다. 프랑스 원자력 기업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최고경영자는 2010년 국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서는, UAE에 팔린 그대로의 한국형 원자로를 건설할 수 없을 것이다.” 바라카 원전에 대한 보고서를(4) 작성한 폴 도프먼 서식스 대학 교수는, 비행기 추락이나 공중 습격으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할 추가 밀폐시설의 부재 등을 비롯해, 바라카 원전 건설에 사용된 기술을 비판했다. “발전소가 걸프만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바라카 원전에 사고가 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걸프만은 수심이 낮고, 물이 거의 순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 지역에서 사용되는 식수의 상당 부분이 연안을 따라 위치한 해수 담수화 시설들을 통해 추출된다.”

바라카 원전의 취약성을 인지한 UAE 지도자들은 2011년 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록히드 마틴의 사드(THAAD)를 배치하기 위해 약 2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사실, 중동지역의 원자로들은 기나긴 폭격의 역사를 지녔다. 이스라엘은 오시라크 발전소 외에도, 완공을 눈앞에 둔 시리아의 데이르에즈조르 핵 시설을 2007년 공격했다.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 중에는, 이란에 건설 중이던 부시르 발전소가 이라크의 표적이 됐다. 2018년 3월 21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협력 협정이 중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 하원 청문회에서 헨리 소콜스키 교수는 이렇게 증언했다. “모든 사례에서 보듯, 핵 시설을 공격한 국가들은 군사용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이 생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

 

“원전이 핵무기 개발을 덮을 수 있다”

소콜스키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두려움 때문에 2009년, UAE에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협정에 서명하도록 요구했고, UAE는 같은 해, IAEA의 NPT 추가 의정서를 비준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UAE에 자국 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스쿼소니 교수는 “4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서 (…)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는 몫이 2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도프먼 교수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새로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들이 핵무기 개발을 가리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UAE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0년대 초반, 원자력 및 태양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거대한 미래 에너지 생산계획을 발표한 뒤, 2017년,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이 주도하는 ‘원자력 에너지 국가 계획’ 중심의 민간목표에 재집중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소형 모듈 원자로 건설 및 2.8GW 용량의 원자로 2기를 보유한 발전소 건설이 포함됐는데, K.A.CARE는 환경영향평가와 부지 선정 등을 프랑스의 엔지니어링 기업 아시스템(Assystem)에 위임했다. 이와 동시에 사우디 왕실은 2018년, 아르헨티나의 첨단기술 전문 공기업 INVAP와 함께 수도 리야드 근교에 연구용 저출력 원자로 건설을 시작했다. INVAP는 알제리에도 이미 진출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핵 프로그램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의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연료 농축 등 핵연료 주기(핵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채광부터 정제, 사용 및 처분까지의 과정-역주) 관리가 포함돼 있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각종 안전 협정을 맺은 UAE처럼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민간용 프로젝트에도 걸림돌이다. 핵연료 농축 포기 약속 없이는 미국의 그 어떤 기술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압둘라 국왕 석유연구소(KAPSARC)'의 연구원 누라 만수리는 미국의 호의를 기대한다. 만수리는 한 의견서에서 “2005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예외적으로 인도의 핵 개발을 눈감아줬다. (…)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그런 예외를 적용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5) 최근 백악관과 사우디 왕실의 관계가 미약하나마 회복되고 있으니 그 바람이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중동의 운명, 이란 핵 협정에 달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민간용 핵이든 군사용 핵이든, 원자력 개발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또 다른 패가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가 핵 개발을 지원했던 파키스탄과의 협정 체결 가능성이다. 외교 분야 전문가 실비아 볼투크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보답의 의미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핵 개발을 도울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두 국가 사이에 어떤 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정보국들에서는 필요한 경우,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동지역에 불필요한 긴장감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맹목적인 핵무기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란 핵 협정의 개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란 측 교섭위원이었던 세예드 호세인 무사비안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란 핵 협정은, 핵 확산 방지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협정이다. 협정의 원칙들을 이 지역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비핵지대를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4년, 중동지역에 대량살상 무기를 금지하는 지역회의 개최와 관련한 UN 결의안이 이집트와 이란의 주도로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첫 번째 회기는 2019년에야 열렸고, 2021년에 열린 두 번째 회기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이 불참했다. 피노 교수는 유감을 표하며 말했다. “이 회의는 완전히 비효율적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양보할 것이다.” 아흐마드 교수는 “걸프만 국가들과 이란이 민간용 핵 안보에 관한 협력을 체결하는 등 사소한 목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중동지역에 핵 재앙이 터질 경우, 어떤 사태들로 이어질까? 이를 다 함께 고민한다면, 걸프만의 긴장감도 사그라들 것이다. 

 

 

글·에바 티에보 Eva Thiebaud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CBS News>, 2018년 3월 15일.
(2) Jean Stern, ‘France-Israël. Lobby or not Lobby ? La gloire secrète du lobby militaro-industriel dans les années 1950, 프랑스와 이스라엘. 로비인가 아닌가? 1950년대 방위산업 로비의 비밀스러운 영광’, <Orient XXI>, 2021년 1월 20일
(3)  https://fissilematerials.org
(4) Paul Dorfman, ‘Gulf nuclear ambition : New reactors in United Arab Emirates’, Nuclear Consulting Group, 2019년 12월.
(5) Noura Mansouri, ‘The saudi nuclear energy project’, King Abdullah Petroleum Studies and Research Center,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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