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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냐, 불기소냐’ 검사의 자의적 결정
‘기소냐, 불기소냐’ 검사의 자의적 결정
  • 라파엘 켐프 | 프랑스 변호사
  • 승인 2022.11.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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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검사들이 일하는 법

경찰서에 구금됐다가 검찰로 송치된 사람은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 답은 검사의 재량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도, 기소를 제기할 수도, 체류 금지나 ‘범법행위 경고’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법적 공방의 가능성이 전면 배제된 이 절차는, 시위대 탄압을 위한 편리한 수단이다.

 

콜라주와 실제 사이 시리즈 중 <무제>, 2016 - 조슬랭 콜라주

2021년 8월 7일 토요일, 파리에서 ‘보건패스’ 반대 시위가 열렸다. 다수의 프랑스 국민은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할 의도로 보건패스를 도입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개인의 신체에 대한 기술적 통제 영역을 확장하며, 민간 주체에 과도한 감시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인권보호기구(Défenseure des droits)는 보건패스의 도입이 사회를 양분화하고 불평등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규탄했다.(1)

사르트주에 거주하는 23세 청년 헥토르도 파리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가 끝날 무렵 헥토르는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검문 당시 그는 오토바이 장갑과 물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물안경을 착용하기도 한다. 프랑스 경찰 기동대(CRS)와 헌병 기동대가 치안 유지 목적으로 최루탄을 대량 살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뒤늦게나마 물안경 등 보호장비를 착용했다는 것만으로는 범법행위로 규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확립됐다.(2) 

즉, 물안경을 착용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된 사항이 아니다. 오토바이 장갑 착용은 오토바이 운전 시 당연한, 심지어 법적 의무 사항이다. 하지만 헥토르를 검문한 경찰과 검문을 승인한 검찰은 이런 법적 근거를 완전히 무시했다. 결국 헥토르는 파리 

5구 경찰서에 구금됐고, 다음날인 일요일 포르트 드 클리시에 있는 파리 법원 유치장으로 이송돼 밤을 보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처벌 받는다는 것

8월 9일 월요일, 검찰은 헥토르가 폭력 또는 기물 파손 목적으로 집단행동에 가담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많은 비판과 논란을 일으키는 이 죄목은, 경찰과 검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대대적으로 활용하는 구실이다. 법의 관점에서 보면, 이 특정 행위를 범법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집단행동과 폭력 및 기물 파손 의도 자체를 처벌하는 격이다.(3) 

헥토르의 경우, 처벌 근거가 너무나 빈약했기 때문에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 만약 재판이 열렸더라도 분명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이다. 헥토르가 법정 대신 회부된 곳은 낭시 기통 파리 검찰청 검사 대행의 사무실이었다. 검사 대행은 헥토르가 실제로 위반한 적이 없는 법에 명시된 의무를 상기시킨 후, 향후 6개월간 파리 체재를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나는 헥토르에게 이 처분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그 대신 헥토르가 그에 따른 결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설명했다. 헥토르가 파리에 체재하다 검문을 받으면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그를 경찰서로 연행할 것이다. 이 사실이 검찰에 통보되면 그는 경범죄 법원으로 이송될 것이다. 물론 이론적인 가설이지만 이 시나리오는 헥토르가 공개적으로 이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범법행위 경고 처분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유치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검사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비공개로 선고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경찰서 구금 및 검찰 송치는 그 자체로 모멸감을 유발하는 폭력적 절차다. 하지만 이 절차의 주된 결정권자들은 이 사실을 체계적으로 축소하고 심지어 무시하기도 한다. 검사와 검사 대행은 통상 주말마다 수십 건 심지어 수백 건의 구금 사건을 ‘처리’하는데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구금으로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한 사람이 받는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구금은 체류 금지 처분이 뒤따를 수 있으며 경찰에 장기간 기록이 남는 처분이다. 

하지만 검찰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뿐 아니라 정신적 모멸감까지 주는 이 처분에 대해 절대 해명하지 않는다. 실제로 검찰이 안락한 사무실에서 비공개로 ‘범법행위 경고’ 처분을 내리는 과정은 너무나 간단하다. 유무죄를 다투어 정의 구현을 보장해야 하는 사법 원칙과 거리가 멀다. 시대 역행적인 이 관행은 법의 보장을 받으며 확대됐다. 가장 놀라운 점은 자유와 법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이 나쁜 선례를 고수하고 변호의 기회를 박탈하며 점점 더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 입장에서, 불기소 처분은 내리기 쉬운 결정은 아니다. 불기소 처분은 형사적 대응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검찰 송치 후 불기소 결정은 체포 및 신체의 자유 구속 사유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기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구금 기간 동안 수집 및 경찰 기록에 입력한 개인정보(인상착의, 사진, 지문, DNA)를 삭제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검찰 입장에서 불기소 처분은 불편만 초래하는 결정이다.

 

검사의 실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이때 등장하는 묘책이 바로 ‘범법행위 경고’ 처분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해당 법에 명시된 의무를 상기시킬 수 있다. 실제로는 경찰관 혹은 퇴직 경찰관이 대부분인 검사 대행이 이 경고 처분을 선고한다. 따라서 범법행위 경고 처분은 독립적인 판사의 통제도, 피고와 원고 간 법적 다툼도 전혀 적용되지 않는 일방적인 결정이다. 

검사가 중대한 실수를 범한다 해도, 누구도 검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물론 변호인은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력은 없다. 이 ‘존재하지 않는 재판’에서는 유죄와 무죄를 가려줄 제3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는 것은 검사의 자의적 권한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2019년 3월 23일, 니콜 벨루베 전 법무장관의 이름을 딴 벨루베법이 공표됐다. 이로써 검사는 범법행위 경고 처분을 내릴 때 체류 금지 처분도 추가할 수 있게 됐다.(4) 검사는 “6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범법자가 범법행위를 저지른 특정 장소(들)에 체류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다. 사실 “요구”는 부적절한 단어다. 처분 대상자가 거부할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범법자’와 ‘범법행위’라는 표현 역시 부적절하다. 형사소송법상 이 단계에서는 범법자도 범법행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판사가 심리를 거쳐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무죄로 간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벨루베법 시행 후 파리 검찰이 수개월 간 특정 장소 체류 금지를 덧붙인 범법행위 경고 처분을 내린 수가 증가했다. 그 결과 수십 명의 시위 참가자가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했다. 이들은 경찰서 유치장과 법원 유치장을 거쳐 검사 대행 사무실에서 범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파리에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는 사실상 파리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결정이다.

벨루베법에 이어 체류 금지 처분을 받은 사람도 수배 명단(FPR)에 올리도록 하는 또 다른 법이 탄생했다. 수배 명단은 사법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법 당국이 수배 중인 사람이나 프랑스 영토를 떠날 의무(OQTF)가 있는 외국인의 정보를 모아놓은 명단이다.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감시 대상자를 모아놓은 그 유명한 ‘S 파일’도 수배 명단에 속한다. 이제 검사가 체류 금지 처분을 선고한 사람도 수배자 명단에 오른다.(5) 경찰 및 헌병이 신원을 조회할 때 조회 대상자가 체류 금지 처분 대상자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죄가 아닌데도, 유죄로 느끼게!

체류 금지를 동반한 범법행위 경고 처분은 원칙적으로 형이 아니다. 또한 유죄 인정도 아니다. 하지만 이 처분을 선고하는 검사 대행은, 절대 이 미묘한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처분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사법기관으로부터 형을 선고 받았고 따라서 유죄라고 느낀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법을 위반했다고 믿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전혀 없다. 다시 한번 이 결정의 자의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2021년 12월 22일 공표된 ‘뒤퐁모레티법’으로 범법행위 경고 처분은 2023년 1월 1일부터 보호관찰 형사 경고로 대체될 예정이다. 뒤퐁모레티법은 보호관찰 형사 경고는 유죄를 인정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관행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체류 금지 처분은 폐지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죄 인정을 거부했지만 보호관찰 형사 경고 처분을 받게 될 사람의 경우 스스로를 구제할 방법은 전혀 없을 것이다. 

 

 

글·라파엘 켐프 Raphaël Kempf
프랑스 변호사. 이 글은 그의 저서 『Violences judiciaires. La justice et la répression de l’action politique, 사법 폭력과 정치 투쟁 탄압』(Paris, La Découverte, 2022)에서 발췌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인권보호기구 의견서 n° 21-11, Paris, 2021년 7월 20일. ‘Passe sanitaire et impasse des libertés, 보건패스와 궁지에 몰린 자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9월. 
(2) 파리 고등법원, 2021년 2월 19일자 판결, 제2재판부 제7법정, 판결번호 n° 19/03677.
(3) 형법 222-14-2. Cf. Oliver Cahn, ‘Construction d’un maintien de l’ordre (il)légaliste, 법률 존중(무시)주의적 치안 확립’, <Revue de science criminelle et de droit pénal comparé, 범죄학과 비교형법학>, Paris, 2020. 
(4) 2018-2022 편성 및 형사소송법 41조 1항을 수정한 사법 개혁에 대한 2019년 3월 23일 법 n° 2019-222 59조
(5) 형사소송법 230조 19항을 수정한 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2020년 7월 30일 법 n° 2020-936 1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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