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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들이 거둔 ‘정권 퇴진’ 선거혁명
민주시민들이 거둔 ‘정권 퇴진’ 선거혁명
  • 박우정 | 도서출판 길 대표
  • 승인 2024.04.3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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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총선은 전체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중간평가라기보다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항쟁의 성격이 매우 강했다고 본다. 이재명의 정권심판론보다 조국의 검찰 정권 조기종식에 더 많은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했던 것이다. 부울경에서의 치열한 접전이 잘 보여주듯이 시민항쟁의 성격은 TK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30% 안팎의 극우 보수세력을 제외한 모든 민주진보 세력과 중도세력이 이 항쟁에 가담했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 비록 단번에 검찰 독재를 종식시킬 만큼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향후 윤 정권과 강력히 투쟁해 권력의 만행을 저지할 수 있을 만큼의 의회 내 다수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다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은 보다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으로 쇄신됐다. 민주적이라 함은 공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일반 당원들의 권리행사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는 것이고, 그 권리행사를 가능케 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과 레거시 미디어들의 비명횡사니 친명횡재니 하는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공천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인물의 지도력보다는 당내 결정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개혁적이라 함은 이와 같이 강화된 일반 당원의 권리행사에 의해 그동안 개혁 입법이나 검찰 독재와의 투쟁에 소극적이거나 제동역할을 했던 이른바 ‘수박’들을 거의 떨쳐내고 검찰 독재와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세력들이 22대 국회에 대거 진출한 것을 의미한다. 

 

조국혁신당 약진, 거대 양당 체제에 커다란 균열낼 것 

조국혁신당의 약진은 향후 한국 정치의 판도와 방향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조국혁신당은 스스로 검찰 독재 정권과의 투쟁에서 쇄빙선과 예인선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일단, 그런 역할을 약속대로 해낼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조국혁신당이 원내에서 그런 역할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거대양당의 이른바 적대적 공존 구조에 커다란 균열을 낼 것이 분명하고 본래적 의미에서 정치를 활성화하고 야권은 물론 여권에도 상당한 임팩트를 가해 전체 정치판을 흔들어놓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조국혁신당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긴급히 요구되고 있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봉쇄작전으로 잠복해있는 커다란 이슈와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이런 역할을 인정하고 포용하면서 압도적 다수로 의회정치를 펼쳐나간다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면서 한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혁해나가는 중심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수구 언론들의 반민족·반민주적 프레임이 더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도 이번 총선 과정에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들 수구 매체들, 특히 조선일보는 중대한 고비마다 교묘하고 사악한 프레임을 조작해서 사태의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의 흐름을 오도해왔다. 나아가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노골적인 거짓 보도와 그럴듯한 담론을 날조해서 명백한 국익마저 훼손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두둔이나 윤석열 정권의 친일행각과 대(對)중러 적대 정책 옹호 등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났듯이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의 공천과정을 극도로 왜곡해 친명횡재나 비명횡사라는 프레임을 날조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은 익히 확인된 바다. 

 

똑똑한 깨시민들이 깬 허구의 프레임 

그러나 이런 프레임은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서 효력이 소멸되었다. 그 이면에는 똑똑한 ‘깨시민’들이 있었고 똑똑한 깨시민 뒤에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뉴탐사>, <빨간아재>와 <민들레> 등 다윗의 짱돌같은 군소 뉴미디어들과 수많은 이들의 SNS가 맹활약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쪽을 옹호했던 조중동 등 레거시 미디어라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 이번 총선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활동과 그 결과에 대한 심층적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까지의 대선과 총선에서 수구냉전세력이 즐겨 애용해왔던 소위 용공 종북 프레임이 전혀 맥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총풍이니 북풍이니 하는 대북 공포 마케팅은 이제 한국정치판에서 거의 완전히 추방된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깨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 그런 속임수가 더는 먹히지 않는 데다 안보와 평화에 대한 열망이 전쟁 또는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압도할 정도로 뜨겁다는 걸 보여주었다. 윤 정권 들어 격화된 남북 대결 구도와 핵전쟁 발발에 대한 위기감은 역으로 적극적인 평화구조로의 이행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질적인 의식전환을 가져왔다고 본다. 촛불집회에서 전쟁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 요구가 주요 슬로건으로 등장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국민의힘의 변화 가능성이다.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듯이 그가 그동안 추구했던 국내외 정책 노선에 대한 자기비판은 총선 대패를 계기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런 흐름이 당권투쟁을 통해 어떻게 귀결될지도 향후 전체판도를 결정하는 주요변수가 되리라고 본다. 유시민 같은 이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지만 그런 결정론적 관점은 그 자체로 무익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외견상 자그마한 변화가 개미구멍이 되어 저수지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 자그만 변화가 계기가 되어 그간 축적된 변화에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오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헛발질과 조중동 프레임 따라하기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한겨레와 경향 등 이른바 진보 매체들이 얼마나 치열한 반성을 거쳐 자기 변신을 꾀할지 지켜볼 일이다. 

 

 

※ 이 글은 언론비상시국회의의 단체 메신저에 필자가 포스팅한 글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그대로 전재함을 밝힙니다.

 

 

글·박우정
<경향신문>의 자유언론실천 운동을 주도해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구속 수감되었고, 강제해직된 뒤, <말>지 편집장을 맡아 보도지침을 폭로해 수배 및 도피생활을 했다. <한겨레신문>의 민족국제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논설주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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